산업계, ‘배출권 거래제 시행’ 유감…기업 현실여건 반영해야
2014-09-02 16:44
특히 주요 선진국들도 시행하지 않고 있는 배출권 거래제를 한국이 먼저 도입하고, 당초 시행 중단 또는 연기를 주장해온 업계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 향후 시행 단계에서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대한상의는 논평을 통해 “(배출권거래제를) 경쟁 상대국보다 먼저 시행하는 만큼 국제경쟁력에 대한 산업계의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시행에 앞서 적절한 보완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BAU 재산정에 산업계 인사 포함돼야
배출권 거래제는 이제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선화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배출권 거래제 시행 시 국내 제조업체들에 돌아올 연매출 감소액은 최소 8조4000억원에서 최대 29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배출권 가격을 tCO2당 2만5000원, 5만원으로 정하고 계산한 것인데, 정부는 이날 기준 가격을 1만원으로 정함으로써 실제 매출 감소액은 이보다는 낮아질 전망이다.
산업계는 4개월이 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정부와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2015~2020년까지의 장기 배출전망치(BAU)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BAU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기업의 부담은 크게 늘어날 수 있는데, 당초 정부는 BAU 산출 근거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었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형평성과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BAU 재산정 과정에 업계 인사가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업계는 또한 배출권거래제의 연착륙을 위해 시행 이전에 배출허용총량 상향 등 산업계 부담완화 조치를 강화해 1차 계획기간(2015∼2017년) 산업계 부담을 최소화해 주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출허용총량 상향 방안으로 예비분 공제분(5%)의 사전할당 전환, 조기감축 100% 인정, 간접배출 제외 등의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 산업계, 대책 마련 분주
협의를 진행하지만 업종별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시멘트, 철강, 비철금속, 화학, 석유화학업 등이 배출권 거래제로 인해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업종으로 분류됐다.
연매출 감소 예상액이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철강업계는 배출권 거래제 시행과 동시에 국내 생산을 줄여야 할 판이다. 이미 저가 중국산 철강재의 대량 수입으로 수익 악화 상태인 국내 철강업계는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지 않는 중국산 철강제품과 가격 편차가 더 벌어져 정상적인 경쟁은 불가능한 지경에 몰리게 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기술을 적용한 덕분에 경쟁국가 업체들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배출량을 기록했다. 여기서 더 줄이려면 설비 투자가 아니라 가동을 중단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당장은 뚜렷한 복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시멘트 업계도 배출권거래제 시행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업계의 위기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는 절박한 입장을 전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향후 탄소배출권을 사들여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면 구입을 위한 추가 비용 부담으로 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일각에서는 이렇게 될 경우 가격수준이 비슷한 중국으로부터 시멘트 수입이 늘어나 심하면 국내 시멘트산업이 고사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업계는 다음 달 중순 정부의 검토를 거쳐 업체별 배출권 할당량이 확정되면 연내 태스크포스(TF) 등을 꾸려 구체적인 감축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탄소배출 비율을 줄여나가고 있음에도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총량 대비 몇 %를 의무적으로 일괄 적용하는 것은 업계의 현실을 무시한 판단이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이 밖에 가전‧반도체 업계도 배출권 거래제 미시행 국가에 소재한 해외 사업장과 국내 사업장 간 제품 원가 차이가 더 벌어져 가격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생산 물량의 해외 이전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차업계, 저탄소차협력금제 시행 연기 ‘안도’
한편, 저탄소차 협력금제 시행 시기가 내년에서 오는 2020년으로 유예된 데 대해 완성차 업계에서는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도입 취지는 동의하나 이 제도가 시행됨에 있어서 취지와는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우려스러웠다”며 “도입 시기가 다소 늦춰진 만큼 친환경차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시행 시기가 다소 늦춰진 만큼 시행 단계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와 대책을 충분히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