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3년간 28.5조원 추가부담,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계획 재검토해야”

2014-06-01 11:02
전경련 등 24개 경제단체, 공동성명 발표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산업계는 지난달 27일 정부가 발표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제1차 계획기간(2015~2017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안)’과 관련해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기업들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금약은 28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재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란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는 사업자의 배출허용 총량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을 통해 제한하고, 각 사업자는 잉여, 부족분을 시장에서 거래하는 제도를 말한다.

유럽연합(EU)과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만 시행하는 제도로 온실가스 배출 상위국인 중국(28.6%), 미국(15.1%), 일본(3.8%) 등은 시행하지 않지만, 배출비중이 1.8%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등 6개 경제단체와 18개 주요 업종별 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안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경제계는 “현실 여건을 무시한 채 과도한 감축부담을 주어 산업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산업계 파급효과를 고려해 정부는 배출허용총량 및 할당량을 상향조정하고 할당대상에서 간접배출을 제외하며 정책추진 과정에서 산업계와 충분한 논의를 하여 절차적 타당성을 갖출 것을 요구했다.

특히, 경제계는 할당계획안은 2009년에 과소전망된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를 그대로 적용해 배출량을 할당함으로써 과도한 산업계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AU 대비 실제 배출실적은 2012년에만 2800만t이산화탄소(CO2)가 초과되어 BAU와 실제 산업계 배출량은 큰 차이를 보이는 실정이다. 2010년 실배출량을 기준으로 산업계에서 추계분석해본 결과, 2020년 BAU는 8억9900만tCO2로 정부 예측치 8억1300만tCO2 보다 10% 이상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업종별 할당량 산정시 과거 3개년(2011∼2013년) 평균 배출량에 감축률을 적용해 동 기간 중 실제 신증설된 설비의 배출량 증가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발전, 철강, 석유화학 등 17개 주요업종의 예상배출량에서 감축률을 적용해 산정한 요구량과 1차 계획기간(2015∼2017년) 중 할당계획안상의 할당량 간 차이는 2억8000만tCO2로 업계 요구량보다 16%나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2010년 EU 배출권 평균가격인 2만1000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산업계는 최소 6조원의 추가부담을 지게 된다. 배출권이 부족한 상황에서 판매자가 없으므로 실제 과징금을 부담할 수 있어 과징금 상한선인 10만원을 적용하면 추가부담액은 28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산업계는 그동안 성장해온 산업을 과거로 회귀시킬 수 없는 만큼 배출허용총량과 업종별 배출권 할당량 산정시에가장 최근 상황을 반영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계는 전력, 스팀 등 간접배출도 할당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이중규제에 해당하는 불합리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환경부가 벤치마크 대상으로 삼고 있는 EU ETS에서도 간접배출은 규제하지 않고 직접배출만을 배출권거래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산업계는 직접배출에 대한 부담, 간접배출에 대한 부담, 최대 13조원으로 추정되는 발전부분 부담비용이 전기요금으로 전가될 경우의 전기요금 인상부담까지 이중삼중의 부담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해결책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접배출’이란 에너지의 사용은 조직경계 내에서 일어나지만 온실가스 배출은 조직경계 밖에서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기업에서 구입하여 사용하는 전기와 스팀의 사용은 기업의 조직경계 내에서, 온실가스 배출은 전기와 스팀의 공급처에서 발생한다.

할당계획안 수립과정에 산업계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지적됐다. 산업계는 환경부가 할당계획안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운영된 민관추진단에는 정작 이해당사자인 산업계 인사가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환경부가 제도설계 단계에서부터 형평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로 15차례 운영한 상설협의체에서는 산업계의 업종별 할당량에 대한 논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산업계는 할당량 산정수준에 따른 파장은 산업체가 모두 짊어지어야 함에도 제도 수용을 위한 협의 없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큰 부담을 지우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산업계는 “이미 우리 산업계는 에너지 절감투자,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의 성실한 준수 등을 통해 지구 온난화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오고 있다”며, 디스플레이 업계만 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설비 도입에 약 400억원을 투자하였으며, 신규 건설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에 설계단계에서부터 온실가스 감축설비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산업계의 노력은 실제 성과로도 이어져 2012년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이행 첫 해에 예상 배출총량의 3.78%를 감축해 목표인 1.41% 대비 2.7배에 달하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달성했다.

산업계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실과 동떨어진 배출권 할당계획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중국, 미국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 상위국과 함께 시행되어야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이번 기회에 배출권거래제 시행여부, 시행시기, 감축량 등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