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배출권거래제 시행시 기업경영 악화 심각”

2014-08-10 14:55
기업 피해 예상 사례(상)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될 경우 우리 기업들은 국내 생산물량의 해외이전 및 경영악화 등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운 사태에 직면할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주요 업종별 단체와 공동으로 배출권거래제가 계획대로 실시될 경우 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발표했다. 다음은 조사결과를 유형별로 정리한 내용이다.

◆“국내 생산물량 해외 이전 검토중”
우리나라와 외국에 생산기지가 있는 반도체 기업 A사는 배출권 부담비용으로 국내 생산량 조정을 고심하고 있다. 해외 사업장은 배출권거래제 미시행 국가여서 국내 사업장과 제품원가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배출권거래제 1차 계획기간(2015~2017년) 동안 부담예상액을 자체 분석한 결과, 최대 약 6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격이 핵심 경쟁력인 반도체시장에서 이는 큰 부담이다.

온실가스 감축노력도 한계에 봉착했다. 이미 에너지효율이 높은 설비를 갖췄을 뿐 아니라, 정부의 업종 감축목표 자체가 세계 최고의 모든 감축기술과 방법을 적용하더라도 달성이 불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과 중국 등 해외 경쟁국은 온실가스 관련 규제도 없는데다 투자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어 국내 투자가 매우 제한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최근 중국 등에 사업장을 확충한 디스플레이업체 B사도 비슷한 고민에 빠져있다. 자체분석 결과, 배출권거래제 시행으로 중국 경쟁업체의 제품 판매가격이 비슷해질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1차 계획기간 동안 약 6000억원의 배출권 비용부담으로 기존 액정화면(LCD) 생산면적 1㎡당 7000원이나 났던 중국 기업과의 가격 차이는 약 300원 가량까지 좁혀질 것으로 우려됐다.

B기업은 향후 국내 생산제품의 가격우위 확보가 어려워진다면 중국으로 생산기반 이전이 점차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디스플레이 공장 신설에 투자되는 3조~4조원 가량의 투자금액이 고스란히 다른 나라로 흘러들어갈 수도 있어 대응이 시급하다.

철강업체 중 석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일관제철 공정을 가진 2개 기업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공정 특성 상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 1차 계획기간 동안 2개 기업 배출권 비용부담 총합이 최대 2조8000억원에 달한다. 중국을 비롯해 글로벌 경쟁이 심해 배출권 비용으로 인한 가격 인상분을 철강재 가격에 전가할 수 없어 ‘사면초가’인 상황이다. 또한 2014년 철강업 조강생산 예상물량은 7200만t이나, 정부의 할당계획안에 맞춰 생산한다면 2015년 이후에는 연간 6500만t 이상은 생산이 불가한 상황이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부족한 국내 생산물량은 경쟁국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어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은 그대로 유지되는 반면, 국내 철강업만 고사될 가능성이 우려가 높다. 특히 업체 중 하나인 C사의 경우 8000억원 규모의 신규투자를 추진 중에 있으나, 배출권거래제로 인해 신규사업의 경제성 확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매년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어 더 이상의 신규투자사업 추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투기업 D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본사에서 생산원가에 따라 생산규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D사 관계자는 “만일 배출권 비용부담으로 생산원가가 증가하면 본사에서는 생산원가가 낮은 다른 해외공장과 계약해 국내 사업장의 생산량을 줄일 수도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