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등기관사 "승객 버린 선장 직무유기"…"근무기간 짧아 요령숙지 못해"
2014-09-02 15:04
1등 기관사 "판단착오" "기억 안 난다"…구조대기 중 맥주 마시기도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2일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재판에서 1등 기관사 손모(58) 씨는 선원들의 대응을 비판하면서도 자신의 책임과 관련된 답변은 발뺌했다.
이날 피고인으로 출석한 손씨는 퇴선명령과 승객구호 지시가 없는 선장이 정당하냐고 검찰이 묻자 "직무유기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사고가 발생하면 제일 먼저 조타실로부터 선장이나 다른 항해사가 지시하는데 아무 지시가 없어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기운 뒤 조타실이나 기관실에 연락해 이유를 묻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처음에는 어떤 사고인지 모르니까 일단 무엇이 어떻게 됐는지 보려고 했다"며 "당시는 배가 완전히 침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해 기다려 보자는 분위기였다"고 답했다.
당시 맥주를 마신 이유로는 격앙된 감정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탈출하기 가장 좋은 자리를 확보하고 여유가 생겨서 마신 것 아니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당시에는 그렇게 쉽게 구출될 거라 생각 못했다"고 부인했다.
손씨는 승객 구조 조치를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한 질문에는 "판단착오였다", "잘못됐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21년 8개월간 승무경력이 있는 손씨는 다른 선박에서 근무할 때 퇴선 상황이 되면 두 개 조로 나뉘어 좌·우현 비상 대피 구역으로 모여 비상뗏목을 내리고 퇴선하는 훈련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세월호에서 근무한 뒤로는 승객 퇴선 훈련이나 선박이 기울었을 때를 대비한 훈련을 받은 적이 없고 화재를 가정한 비상 훈련만 한 차례 받았다고 진술했다.
비상시 선원별 역할을 적은 비상배치표를 검찰이 제시하자 손씨는 "보기는 했는데 숙지하지 못했다"며 "세월호 근무기간(4개월)이 짧고 다른 배와 달라 (승객 안내 요령을)숙지하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사고 당시 상황과 관련해 그는 "선원실 책상에 앉아 있는데 '끼익'(화물이 밀리는 소리)하고 5초가량 소리가 나더니 배가 좌측으로 기울어서 의자에서 넘어졌다"고 전했다.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기울기의 정도가 커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