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회복 기대감 불구 기업은 “IMF위기 수준” 하반기 경기 엇갈린 전망(종합)
2014-08-28 15:55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정부의 경기 활성화 대책 발표, 한‧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연내 체결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1990년대말 한국 경제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의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기업은 정말로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다. 기업 활동을 회복시켜야 할 복안을 하루라도 빨리 시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9월 종합경기 전망치는 93.2를 기록했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이상이면 호조를, 이하면 부진을 의미한다.
이는 전경련이 BSI 수치를 조사한 이후 9월 기준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터진 지난 1998년 81.0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에는 98.3으로 올해보다 높았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6월 이후 4개월 연속으로 BSI 전망치는 100을 넘지 못했다. 사실상 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최악임을 보여준다.
재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 금융위기가 없는 현재 기대심리가 이처럼 하락했다는 것은 기업이 IMF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고통에 직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9월은 여름휴가를 마치고 조업을 재개하며 하반기에서 내년 초로 이어지는 연간 최대 성수기에 대비해 영업에 총력을 집중하는 시기다. 통상 계약 체결에서 제품 공급까지 2~3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놓고 볼 때 9~10월 기간 마케팅 성과가 기업의 연간 실적 달성 여부를 좌우한다. 대부분의 우리 기업들은 올 상반기 환율 사태와 내수 부진 등 대내외 악재 때문에 당초 정한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상태다. 때문에 하반기에 최대한 매출 확대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데, BSI 수치 상으로는 9월에도 상황을 반전시킬 묘안이 없어 보인다.
일단, 전경련은 경기 회복세 부진, 소비심리 회복 지연, 유로존·일본 경제 불확실성 등의 요인도 여전히 기업의 활동을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한 당근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용옥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 발표(7월 24일)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8월 14일)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세가 미약해 기업의 경기전망은 아직까지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며, “속도감 있는 규제개혁 추진과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로 경기회복과 내수활력 제고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의 최대 수출국가인 대중국 수출도 지난 1992년 양국 수교 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내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한‧중 FTA 연내 체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우리 기업들은 ‘제2의 중국 특수’를 노리며 현지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나 양국 산업의 구조조적인 요인 때문에 실제 기업들이 얻는 이익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원장 오상봉)이 28일 발간한 ‘최근 대중수출 부진요인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 1~7월 대중수출이 급감한 석유제품,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3대 품목은 중국의 기술력 및 공급능력 향상 등의 구조적 요인에 의한 영향이 상대적으로 컸으며, 경쟁국에 비해서도 한국의 타격이 더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3개 품목 모두 한국이 중국의 제1위 수입국으로 한국은 석유제품, 석유화학분야에서 타격이 가장 컸으며, 디스플레이는 대만에 이어 두 번째로 타격을 심하게 받았다.
우리의 대중수출은 중국의 대외수출과 상관관계가 높은데 중국의 대외수출이 5~7월중 회복세로 돌아선 반면 대중수출은 5~7월중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 양자간 괴리(디커플링)가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대중수출 감소는 중국의 연초 수출둔화의 시차영향 및 재고증가, 원‧위안 환율 하락 등의 일시적‧경기순환 요인과 함께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 향상, 공급능력 확대 등의 구조적 요인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은 중간재 국내 조달비중이 확대되면서 2013년부터 중간재 순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전환됐으며 이에 따라 중간재 위주의 수출국인 한국, 대만에 대한 중국의 수입이 함께 둔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가공무역‧중간재 위주의 대중 수출구조가 지속될 경우 대외 수출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며, 수출구조 다각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중국 수출증가가 한국의 대중수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핵심 부품소재 개발과 함께 중국의 수요가 늘고 있는 고급소비재의 수출산업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에서 통관되지 않더라도 중국을 겨냥한 중계무역, 제3국 가공무역 등의 서비스형 무역을 확대해 대중국 부가가치 창출 증대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