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시장 개방한다는데 벼 재배면적은 사상 최저…식량안보 위협
2014-08-28 15:29
벼 재배면적 81만5506ha로 지속적인 하락세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정부가 내년부터 쌀 시장을 전면개방 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벼 재배면적은 사상최저를 기록, 식량주권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식량안보를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해외농업개발사업도 목표치에 크게 모자라면서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벼·고추 재배면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벼 재배면적은 81만5506ha로 지난해 83만2625ha보다 1만7119ha(2.1%) 감소했다.
이는 현재 통계 기준을 도입한 1975년 121만8012ha 이후 사상 최저치로 당시보다 3분의1 이나 줄은 것이다.
벼 재배면적은 2005년 97만9717ha를 처음으로 100만ha를 하회한 이후 2008년 93만5766ha, 2012년 84만9172ha 등 한번의 반등없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반적인 쌀 소비량이 줄어든 데다 단위면적당 소득이 높은 약용·특용작물로 전환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벼 재배면적도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내년부터 쌀 시장이 관세화를 매겨 전면 개방된다는 것이다. 쌀은 우리 국민의 주곡으로 식량안보와 직결된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3.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으로 특히 쌀을 제외한 밀과 옥수수 자급률은 0.9%에 불과한 상황이다.
여기에 값싼 수입쌀이 들어오면 농민들이 이를 감당 못하고 쌀 농사를 포기하게 돼 그나마 유지되던 식량자급률은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내산 쌀과 수입산 쌀의 가격차이는 두배가 넘는다. 현재 국산 쌀 가격은 한 가마니(80㎏)에 17만원 선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산 중립종 쌀의 국제가격 평균 8만~9만원 선이었으며 중국산 단립종 쌀의 평균 가격은 8만5177원(80㎏)이었다.
정부는 이에 대해 높은 관세율을 매겨 개방한다면 수입쌀이 국내산 쌀보다 비싸게 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농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관세율이 낮아져 수입쌀이 국내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농가에서 걱정하는 시나리오는 '통상압력→관세율 하락→수입쌀값 인하→국내산 퇴출→쌀 생산 기반 붕괴'다. 식량 자급률이 떨어지면 해외 대형 곡물수출 업체에 휘둘리면서 식량 안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식량안보의 대안으로 제시된 해외농업개발사업도 정부지원·민관협조체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정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5년까지 491만t의 해외곡물을 확보해 곡물자주율(국내 및 해외 투자 농장의 연간 곡물생산량을 국내 소비량으로 나눈 것)을 높인다는 방침이지만 지난해 실적은 28만여t으로 2015년 목표치의 5.8% 수준에 불과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쌀 시장 전면개방에 따른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국내 쌀 산업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우리나라의 식량주권이 흔들리는 걸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