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협회 “의미 없는 제도개선”, 표준지 공시지가 업무 거부
2014-08-27 18:01
감정원 “합리적인 제도개선에 집단 이기주의 발현” 반박
공시지가 업무를 수행하는 한국감정원은 이에 대해 집단 이기주의 행태라며 대응에 나서 양측간 갈등이 격화될 조짐이다.
감정평가협회는 지난 26일 전국 지회장들이 표준지공시지가 조사·평가업무 거부를 결의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전국지회장 회의를 열고 “명분도 없는 제도개선을 내세우면서 감정원을 살리기 위해 국가 토지정책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이라며 “기본조사제도를 철회할 때까지 표준지공시지가 조사·평가 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현재 표준지 조사·평가방법을 정밀조사와 기본조사로 이원화해 구분·시행하는 것으로 개편하는데 대한 반발이다.
현재 표준지 조사·평가는 감정평가사 2인에 의한 정밀조사방식으로 진행되는 데 이것을 정밀조사와 기본조사로 나눠 기본조사의 경우 약식 감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협회는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에 따라 표준지 공시지가는 ‘조사·평가’하도록 규정했는데 기본조사는 ‘평가’가 아니기에 위법이라는 주장이다.
기본조사 제도가 위법이라는 지적을 받자 정부는 현장을 실지 조사하고 ‘감정평가사의 책임’하에 약식으로 평가할 수 있게 바꿔 기본조사도 사실상 정밀조사하도록 해 명칭만 다를 뿐 업무 내용은 같다고 협회는 지적했다. 기본조사와 정밀조사의 업무수행 내용이 동일하다면 제도 도입의 근거가 없어 기본조사 제도가 무용하다는 논리다.
또한 기본조사 제도 도입으로 절감되는 예산액이 감정원이 수행하는 업무 예산에 증액 편성됐다고 협회는 주장했다. 협회에 따르면 국토부가 기획재정부에 내년도 지가조사 예산심의를 요청한 자료에서 기본조사 제도 도입으로 절감된 예산 151억원이 지가변동률·임대사례조사 등 감정원 수행 업무에 증액 편성됐다.
협회는 기본조사 제도 도입안의 문제점과 표준지 공시지가의 중요성을 고려해 현행 표준지 조사·평가 제도를 유지하면서 예산을 절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동기 협회 회장은 “표준지 기본조사방식은 법에 위반되고 보상 갈등 초래, 과세불평등 심화 등 국민재산권에 심각한 폐해가 있다”며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였음에도 국토부가 표준지 기본조사방식을 전제로 절감된 예산을 감정원 수행 업무에 증액 편성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감정원은 합리적인 제도 개선에 대해 협회가 업계 이익만을 생각해 집단 이기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감정원 관계자는 “공시지가 조사체계 개선은 IT발전과 실거래가 자료 등 데이터베이스 축적에도 25년간 현실과 괴리된 조사방법의 정확성을 높이고 비용은 절감하는 등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라며 “조사 참여대상인 13개 대형법인은 개선된 제도에 따라 내년 공시지가 조사 업무에 참여하기로 하고 지난달말 참여신청서를 제출해 업무배정까지 마쳤다”고 전했다. 협회와 관계없이 감정평가 법인이 동의 의사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제도개선으로 절감된 예산은 서민과 영세상인 보호와 지원 강화를 위한 분야에 검토돼 감정원 지원과는 무관하다”며 “전체 감정평가사들이 협회 입장에 동조하는 듯한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앞서 협회와 감정원은 부동산 관련 조사·통계업무 및 감정평가 관리·감독의 권한이 감정원에 넘어가는 것을 두고 갈등을 벌인 바 있다. 특히 민간 임대주택인 ‘한남 더 힐’의 분양전환 당시 실시한 감정평가가 부실 논란이 불거지면서 감정원이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협회가 반발하는 등 대립 구도를 빚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