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취임 5개월' 서종대 한국감정원장 "세계 최고의 부동산 전문기관 만들 것"

2014-08-05 15:51

서종대 한국감정원장이 지난달 17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경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세계 최고의 부동산 조사·분석·통계 전문기관을 지향하고 그 기틀을 닦겠다. 부동산 가격, 감정평가, 아파트관리 등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부동산시장 관련 정보를 가장 잘 알려주는 기관이 돼야 한다."

지난 3월 취임한 서종대 한국감정원장은 불과 5개월 만에 감정원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놨다. 서 원장 취임 이후부터 감정원의 공적기능 확대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서 원장은 "감정원의 공적기능 확대에 따라 민간 감정평가에서 순차적으로 손을 떼고 있다"며 "감정평가시장 선진화 방안 입법이 완료되면 나머지 부분도 줄여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감정원의 감정평가시장 점유율은 한때 51%까지 차지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7.4%까지 6분의 1로 떨어졌다. 평가 수수료 수입 역시 1000억원대에서 300억원대까지 줄었다. 현재 은행의 담보물 평가 업무 역시 민간은행 업무는 모두 손을 뗐고 기업은행 한곳만 맡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보상평가나 국공유재사 매각평가 등의 부문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평가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서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제한적 공익 평가기능을 통한 수수료 수입은 많아봤자 전체 시장규모 5000억원 중 3.4%인 170억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민간에 침해가 될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감정원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부동산 가격과 관련된 체계적인 통계를 만들고 감정평가에서도 공적기능을 확대해 타당성조사 업무를 맡게 된다.

서 원장은 "2010년 정부가 발표한 감정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감정평가 시장의 감독기관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2011년 4월 정부가 감정원을 공적기관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 통과가 무산됐고, 현재 관련 법안이 다시 국회에 제출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감정원의 성격이 바뀌면서 조직도 완전히 개편됐다. 서 원장은 지난 3월 취임 이후 2개월 만인 5월 1일 30개 지사를 27개로 줄이고 본사에 홍보실, 정보전산실, 신사업개발처 등 3개 실처를 신설했다.

서 원장은 "취임해서 처음 감정원에 왔을 땐 감정원의 조직과 인사체계, 업무 방식이 종전의 감정평가 수주 위주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며 "조직개편과 함께 간부들의 엄무전문성과 추진력을 높이기 위해 실·처장급 단독보고, 5단계 질문체계, 실처장급 간부회의 등을 시행하고 전 직급별 교육훈련체계를 재정비했다"고 말했다.

조직 뿐 아니라 업무도 완전히 달라졌다. 기존에도 지가상승률, 주택가격상승률 등의 가격통계 조사는 해왔지만 이를 RTMS(부동산 거래 정보 체계)와 K-APT(아파트 관리 정보체계) 등의 부동산 기본정보망으로 통합해 관리하게 됐다.

RTMS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이관받아 운영하는 것으로 부동산 거래 신고와 신고가격의 적정성 여부, 행정기관 간의 정보 공유 등 각종 과세정보 제공에 사용된다.

또 K-APT는 대한주택관리사협회에서 관리하던 것을 이관받아 감정원이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아파트 관리비를 세부항목별로 분리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본지와 함께 모바일 현장조사 앱(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지난달부터 실제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각종 현장조사 업무를 수행할 때 미리 도면을 준비하고 현장에서 수기로 조사 내용을 작성한 후 사무실로 복귀해 다시 컴퓨터에 입력해야 하는 등 업무 효율성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현장조사 앱을 통하면 조사대상 물건 리스트와 위치도, 형상, 용도지역, 기존조사가격 등이 바로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나며 사진을 찍어 올리면 바로 본사의 메인서버에 입력내용이 저장돼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서 원장은 "기존 방식으로는 하루에 조사원 한 명이 조사할 수 있는 곳이 몇 곳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조사할 수 있는 양이 몇 배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감정원은 지난해부터 공적 역할 강화에 따라 현재의 사명을 '한국부동산원'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서 원장은 "당장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이름 바꾸는 일로 에너지를 낭비할 수 없다"며 사명 교체안을 폐기했다.

그는 "감정원이라는 사명이 새로 맡은 기능을 잘 나타내지 못해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미 국민들에게 친숙한 이름이며 홍보예산의 제약 등으로 당장 바꾸는 것은 곤란하다"며 "관련입법과 기능 전환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원장이 취임한 이후 감정원의 지역 공헌 사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역인재를 30% 이상 우선적으로 채용하고 취약층의 주거환경 개선, 중소기업 상생펀드 300억원 조성, 지방대학 학과 개설 및 연구협력 등 실질적으로 지역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펼쳤다.

서 원장은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내려간 것은 그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함이고, 지역 발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 창출"이라며 "지방 이전 공공기관 중 지역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가장 열심히 하는 기관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