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상장사, 2곳 중 1곳 영업이익 급감

2014-08-25 16:56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국내 100대 상장사가 상반기 2곳 가운데 1곳 꼴로 영업이익 감소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아예 적자를 내는 회사 수도 늘었다. 하반기에는 실적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점쳐지지만, 원화강세는 여전히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5일 기업정보업체 재벌닷컴에 따르면 금융사를 제외한 매출 상위 100대 상장사는 1~6월 개별 기준 매출이 441조6095억원으로 전년 동기 445조8408억원보다 0.9%(4조1313억원)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9조8266억원에서 27조2047억원으로 8.8%(2조6220억원) 줄었다.

매출 및 영업이익이 동시에 감소하면서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도 이 기간 6.7%에서 6.2%로 0.5%포인트 하락했다. 1000원어치를 팔아서 남긴 돈이 67원에서 62원으로 줄었다는 얘기다.

영업이익이 1년 만에 감소한 기업 수는 총 52곳으로 100대 상장사 가운데 절반을 넘어섰다.

적자를 기록한 회사 수 역시 11개사에서 14개사로 늘었다. 이 가운데 적자로 돌아선 곳도 7개사에 달했다.

회사별로는 KT와 현대중공업이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KT는 상반기 매출이 8조9033억원으로 1년 만에 2.7% 감소했다. 영업손익은 4293억원 흑자에서 934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운데 수익성이 크게 나빠진 것이다.

현대중공업도 마찬가지다. 조선업황 악화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매출이 12조2717억원에서 11조845억원으로 10% 가까이 줄었고, 영업손익도 4791억원 흑자에서 8707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에쓰오일은 매출이 늘었지만, 영업손익에서는 적자가 났다. 매출은 15조217억원으로 1년 만에 0.2% 증가했다. 반면 영업손익은 4267억원 흑자에서 7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1998년 쌍용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첫 적자다.

삼성전기와 한진중공업, 동부제철, 동국제강도 매출이 감소하면서 적자로 전환했다.

2013년에 이어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회사도 적지 않다. 현대미포조선은 영업손실 규모가 같은 기간 336억원에서 3198억원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삼성SDI와 쌍용자동차, 아시아나항공, 한진해운, 현대상선, 대한항공, GS건설도 2년 연속 적자가 났다.

흑자가 났지만, 규모가 줄어든 회사도 많았다. 삼성중공업을 보면 영업이익이 7313억원에서 656억원으로 91% 감소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100대 상장사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경쟁심화로 인한 시장점유율 하락, 원화강세에 따른 이익 감소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매출이 덜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환율 요인이 실적 악화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황 실장은 "우리나라 기업 실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수출"이라며 "최대 시장인 미국이나 중국 경기가 긍정적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하반기에는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