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IT업계 대부'로 불리는 레노버 양위안칭(楊元慶) 회장이 중국 하이테크 기업들이 화웨이(華爲)처럼 연구개발(R&D)에 힘써야 하며 온라인 마케팅에만 열을 올려서는 안 된다고 쓴 소리를 냈다. 중국 현지언론들은 이는 샤오미(小米)의 '헝거 마케팅'을 우회적으로 비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양위안칭 회장은 지난 주말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야부리(亞布力)에서 열린 한 중국 기업인 포럼에서 화웨이 정신을 본받아 온라인을 통한 업무 마케팅 모델을 개선하는 한편 제품 R&D와 경영방식 개선에도 힘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화웨이의 ‘소지승(掃地僧) 정신’을 강조했다. 소지승이란 사찰 앞에서 빗질하는 스님처럼 과묵하고 존재감이 없지만 내공이 강한 절대고수를 의미하는 뜻으로 쓰인다. 양 회장은 화웨이처럼 하이테크 기업들이 자신만의 핵심 경쟁력을 발굴한다면 절대 무너지지 않고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화웨이를 높이 평가했다.

실제로 화웨이는 매년 매출의 10%를 R&D 사업에 쏟아부을 정도로 제품의 품질 경쟁력을 매우 중요시 여긴다. 이와 동시에 화웨이는 결정력과 통찰에 의존하는 것보다 그룹을 이룬 CEO가 올바른 결정을 하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에따라 CEO 순환제라는 독특한 경영방식을 채택해 화웨이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자랑하고 있다. 현재 화웨이는 회사 설립 20여 년만에 직원 수 16만 명, 매출 2202억 위안(약 36조 700억원)의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면 양 회장은 단기간 내 성공에 눈이 멀어 기초에 소홀히 하고 온라인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는 '패스트기업'을 비난했다.

양위안칭 회장은 “모든 일에 있어서 지름길만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며 “어떤 기업은 중국 온라인 시장의 빠른 발전을 이용해 성공을 이루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온라인기업은 연구개발 등 핵심사업을 외주하고 오로지 온라인 마케팅에 열을 올리며 빠른 성공을 좇고 있다”며 “이러한 기업들은 내공을 쌓는데 소홀히 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양 회장은 “이런 기업은 연구개발이나 제품품질 보증, 경영모델 구축, AS 업그레이드는 고민하지 않는다”며 “결국 최후에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언론들은 이는 샤오미를 겨냥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2010년 설립된 샤오미는 애플을 철저히 벤치마킹하며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토종 스마트폰 제조업체다. 샤오미는 제품을 소량 생산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일종의 ‘헝거마케팅’ 전술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분기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엔 허위 판매량 게재 광고로 벌금을 무는가 하면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잇달아 문제점을 노출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