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법연수원 불륜사건' 불륜남 전 부인 모친에 위자료 3500만원 지급 판결

2014-08-25 14:02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이른바 '사법연수원 불륜사건'으로 파면된 전 사법연수원생 측이 장모에게 3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오영준 부장판사)는 전 부인의 모친 이모(55)씨가 전 사법연수원생 A씨와 내연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씨에게 총 3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6년 사귄 여자친구와 2011년 혼인신고를 한 A씨는 사법연수원생이던 2012년 8월, 연수원 동기 B씨와 부적절한 만남을 갖기 시작했다. 처음엔 유부남이란 사실을 숨겼고, 들킨 뒤엔 "부인과 이혼할 것"이라고 말하며 내연관계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지난해 5월 B씨가 A씨의 부인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이즈음 A씨의 부인도 다른 남자와 불륜 관계에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 협의이혼이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부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이씨가 'A씨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딸이 억울하게 죽었다'며 1인 시위를 벌이고, A씨와 B씨를 상대로 4억4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의 관계로 전 부인이 정신적인 고통을 당한 데 대해서는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대해서까지 A씨와 B씨가 배상책임을 질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전 부인과 이혼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면서 B씨와의 연인관계를 유지했다"며 "이로써 전 부인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전 부인도 A씨와의 혼인 후 다른 남성과 부적절한 만남을 가져왔다"며 "통상 남편이 외도를 하는 경우 정조 의무를 지켜온 처로서는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 경우는 아니다. A·B씨의 행위와 전 부인의 죽음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한편 A씨와 B씨는 사법연수원 징계위원회로부터 파면과 정직 3개월 처분을 각각 받았다. A씨는 현재 사법연수원장을 상대로 파면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