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속 하반기 재건축 이주수요 최대 2만4000가구...전세 대란 오나?

2014-08-24 14:31
도곡 렉슬 32평형 한달 새 전셋값 7000만원 올라

전셋값 상승세가 서울 강남권에서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강남구 도곡렉슬 단지 전경. [사진=권경렬 기자]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하반기 전셋값 상승세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면서 전세 대출이 쉬워진데다 시기적으로 가을이사철 성수기가 겹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하반기 서울 강남권 재건축발 이주수요가 몰리면서 수도권 전역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확대되는 추세다. 

강남권의 경우 올해 하반기부터 이주가 예정된 재건축 단지가 총 2만4000여가구에 달해 내년 초까지 전세난이 이어질 전망이다.

◆금리 인하에 집주인 '반전세' 선호 현상 증가

2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2% 상승했다. 지난 5월 이후 14주째 오르면서 상승폭이 확대되는 추세다.

강남구 도곡동의 대표적인 단지인 도곡렉슬 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7억5000만~7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불과 한 달 만에 7억5000만~8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현재 나와있는 매물도 8억원 이하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6억~6억7000만원 선이었던 2년 전보다 1억5000만원 이상 오른 것이다.

도곡동 L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에는 전세 계약보다 반전세(보증부 월세) 계약이 더 많았다"며 "집주인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다 보니 재계약하면서 전셋값 인상분을 월세로 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이뤄진 도곡렉슬 84㎡ 임대차 계약 9건 중 5건이 보증부 월세로 계약이 이뤄졌다. 2년 전인 2012년 7월에는 같은 평형의 임대차 계약 9건 모두 전세였지만 재계약 시점에서 집주인의 절반 이상이 반전세로 돌린 셈이다.

집주인들이 반전세로 전환하는 것은 금리 인하의 영향이 크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은 금리가 추가 인하된데다 마땅한 투자처도 없는 상황에서 보증금을 높여 받는 것보다 월세를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반전세가 늘면서 자연히 전세 매물은 줄었는데 세입자들은 오히려 금리가 낮기 때문에 반전세보다 전세를 선호해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셋값 '풍선효과'…수도권 상승세 확대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몰리면서 전세난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 강남권에서 이주가 예정된 재건축 단지는 25곳, 2만4000여가구에 이른다.

강남구에서는 대치동 국제아파트 200가구, 개포동 주공 3단지 1160가구 등이 연내 이주할 전망이고 서초구 잠원동 한신5차 555가구, 우성2차 403가구도 연내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 강동구에서는 2600가구 규모의 고덕동 주공2단지가 연말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전셋집이 부족해 전세난은 서울 강북 및 수도권으로 번지고 있다. 강북권(한강 이북)과 수도권의 전셋값 주간 변동률은 3주째 상승폭이 확대됐다.

계절적 수요에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겹치면 '전세대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건축 사업 속도를 조절해 이주 수요가 분산되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권 재건축 이주수요는 전세시장의 잠재적 불안 요소"라며 "이주 수요가 한번에 몰리지 않도록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역시 재건축 사업 속도를 조절해 전세난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2000가구 이상의 대규모 재건축 단지의 경우 지자체가 사업 속도를 일부 조절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이주를 시작하는 단지들은 대부분 2000가구 미만이어서 속도 조절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구청 및 조합들과 협의해 전세 수요가 몰리지 않도록 조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