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귀 빚는 전세매물] 매물은 씨 마르고, 전셋값 상승…"전세대란 걱정할 판"

2023-10-12 18:36
서울 아파트 올초 대비 전세매물 43% 급감…전세거래 비중 2년 4개월 만에 최대치
지난해 전셋값 하락에 조정기 들어서, 금리 안정되며 전세 수요 늘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가을 이사철을 맞아 이사 수요가 늘어가는 가운데 전세매물은 급감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고금리 기조 등으로 전세 수요가 줄고 전셋값이 떨어지며 역전세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최근엔 매물 급감과 전셋값 상승 분위기가 겹치면서 오히려 전세대란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1218건으로 올해 1월 1일 5만4666건과 비교해 43%가량 감소했다. 감소율로 보면 서대문구(1922건→570건) 전세 매물이 70% 감소했고 다음으로 동작구(65.8% 감소), 강서구(63.4% 감소) 순이었다. 

서울 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반등을 시작한 5월 넷째 주부터는 매물 감소 속도가 더욱 빨라진 모습이다. 당시 2051건이던 서울 은평구 아파트 전세매물은 현재 822건으로 60%나 줄었다.
 
전세 사기 등 영향으로 한동안 월세 선호 흐름이 이어졌으나 최근 들어 전세 거래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 1만4759건 중 전세 거래는 9139건으로 비중이 61.9%에 달해 2021년 5월(67.2%)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전세자금대출 이자비용 부담과 전세사기·역전세난 등 여파로 지난해 12월 전세 비중이 47.6%까지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14%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이는 지난해 최고 연 6%까지 상승했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최근 연 3%까지 하락하며 안정되고 있고 전세 대체재였던 월세 가격이 오르면서 이에 부담을 느낀 임차인들이 다시 전세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급락했던 전셋값 또한 회복되고 있다. 특히 강남 등 서울 중심 지역에선 1~2년 전 전셋값을 넘어선 아파트 단지 또한 나오고 있다.
 
3000가구에 달하는 원베일리로 인해 입주장이 펼쳐진 강남 지역에서도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포레센트 전용 101㎥는 2021년 5월 17억원에 전세 계약됐으나 이달 7일 18억원에 계약되며 신고가를 다시 썼다. 강남구 삼성동 센트럴아이파크 전용 103㎡ 또한 지난달 4일 19억원에 계약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앞서 해당 아파트 같은 면적대는 2022년 4월 17억3250만원에 계약됐다.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84㎡ 또한 지난달 27일 12억원에 신규 전세 계약됐는데 앞서 같은 면적대가 지난 1월 8억3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억7000만원 올랐다.
 
서초구 반포동 인근 공인중개업자는 "입주장엔 전셋값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도 "규제가 많던 시기에 분양했던 단지라 자금력이 있는 집주인들이 대부분이고, 상급지여서 입주장 영향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전셋값이 많이 하락해 조정을 거친 데다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것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NH All100자문센터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앞서 연립·다세대(빌라) 등에서 전세사기 우려가 커지며 좀 더 자금을 마련해서라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아파트 전세로 가려는 수요가 생기고 있다"며 "서울 중심지뿐 아니라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 전세 수요 또한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