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발견' 에릭, 아직 연기력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4-08-21 14:34

'연애의 발견' 에릭[사진=방송화면 캡처]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에릭은 이제 어엿한 중견 배우다. 1998년 데뷔한 그룹 신화의 리더이자 비주얼을 맡았던 에릭은 2003년 드라마 '나는 달린다'를 통해 연기자로 변신했다. 신화의 멤버, 그러니까 김동완, 이민우, 신혜성, 전진, 앤디가 각자의 또 다른 꿈을 위해 달리면서 에릭은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에 돌입했다. '불새'(2004), '신입사원'(2005), '늑대'(2006), '무적의 낙하산 요원'(2006), '최강칠우'(2008), 그리고 '스파이명월'까지. 에릭은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역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했던 2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한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캐릭터도 다양했다. '신입사원'에서는 백수이자 건달을, '불새'에서는 바람둥이를 연기했다. '케세라세라'에서는 이기적이고 허영심 많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남자가 됐고, '스파이명월'에서는 한국 최고의 한류스타 역할이었다.

10년 새 발전했을 그의 연기력에 기대를 걸어도 될 것처럼 보이는 화려한 필모그래피 때문일까. KBS2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극본 정현정·연출 김성윤)으로 돌아온 에릭(문정혁)의 컴백은 반갑다. 올 하반기 신화가 컴백하기로 알려진 터라 안방극장에서 그의 활약에 대한 기대는 더 컸다. 또다시 불 신화 열풍에 초석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제작진은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을 적나라하리만치 현실적으로 그린 드라마, 성(姓)에 대해 개방적이면서도 보수적인 남자와 자기감정에 솔직한 여자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연애의 발견'에 2007년 '케세라세라'에서 호흡을 맞췄던 정유미와 에릭을 캐스팅함으로써 남녀주인공의 케미를 극대화하고자 했다. 실제 에릭도 제작발표회에서 "대본을 발견한 순간 정유미가 한다는 얘기를 듣고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한 번 좋은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만나면 즐거울 것 같았고 연기적으로도 발전이 있을 것 같았다. 즐거운 작업이 될 것 같아 결정하게 됐다"고 말하면서 정유미와의 재회를 기대했다.

영화 '연애의 온도'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차용했던 인터뷰 형식을 통해 남녀의 속마음을 그대로 담아내면서 시청자의 뜨거운 호응을 유도했다. 동시간대 방송 중인 SBS '유혹', MBC '야경꾼일지'와 비교했을 때 시청률은 다소 저조하지만 마니아 시청자의 형성은 분명했다.

그런데 에릭, 한예슬의 무단이탈로 논란이 됐던 '스파이명월'(2011)에서의 상처가 컸던 탓일까. 뚜껑 열린 에릭 표 연기는 제자리였다. 3년 만에 다시 찾는 안방극장인데도 '불새'를 통해 달았던 연기력 논란 꼬리표를 아직 떼지 못한 채 돌아왔다.

한여름(정유미)을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눈빛은 '스파이명월'에서와 같았고, 막무가내 캐릭터는 '신입사원'에서와 비슷했다. 5주년 기념 여행에서 이별을 통보받았을 때와 5년만에 다시 만난 전 여자친구로부터 물따귀를 맞았을 때 눈빛과 목소리는 흔들렸어야 했다. 연인과의 결별로 방황하는 남성의 심리를 고뇌하는 눈빛에 담아야 하는 캐릭터는 더 밀도 깊었어야 했다. 결론적으로 에릭 표 강태하에게서는 어떠한 고민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10년 동안 9개 작품에서 주인공을 맡아 극 전체를 이끌었던 에릭이다. 극과 극을 오가는 다양한 캐릭터를 거쳐오면서 연기력 또한 다듬어졌어야 했다. 내공이 부족하다면 내실이라도 다졌어야 했다. 16부작을 이끌고 가야 하는 남자주인공으로서 가져야 하는 책임감의 결여로 볼 수밖에 없다.

진보한 연기는 박수를 받지만 진부한 연기는 외면받는다. 손짓 하나, 눈동자 하나도 허투루 연기하지 않으며 '사랑에 웃고 우는' 여성의 심리를 오롯이 반영하고 있는 정유미와 일견 비교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