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사 제2의 시행사로…토지신탁 유치경쟁 치열

2014-08-21 10:29
PF 사업 고갈 속 자금조달+안정성 장점 부각...오피스텔, 분양형 호텔 등 사업 활발

부동산신탁회사 토지신탁 수탁고 추이(단위: 조원).[자료=금융감독원]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토지신탁을 찾는 시행사들이 늘면서 부동산신탁회사들이 제2의 시행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모든 부동산신탁회사가 차입형 토지신탁을 취급하게 돼 실질적인 시행사 역할을 하는 신탁회사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11개 부동산신탁회사의 토지신탁 수탁고는 28조원으로 전년 말 26조원에 비해 2조원(7.7%) 증가했다.

이는 전체 부동산신탁 수탁고 118조8000억원 중 23.6%를 차지하는 규모로, 앞선 2008년 말 7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었다.

부동산신탁은 부동산 소유자가 소유권을 신탁회사에 이전하고, 신탁회사가 부동산을 개발 및 관리해 이익을 돌려주는 행위다. 크게 토지신탁, 관리신탁, 처분신탁, 담보신탁, 분양관리신탁 등 5가지 종류로 나뉜다.

신탁회사가 토지를 대신 개발해 수익을 돌려주는 토지신탁은 이들 신탁상품 중 유일하게 수탁고가 늘었다.

토지신탁은 신탁회사가 시행사로부터 토지를 신탁 받아 같이 사업 기획부터, 자금 조달, 시공사 선정, 발주‧관리, 분양‧임대까지 시행을 대행한다. 신탁회사의 자금 투입 여부에 따라 초기 사업비나 공사비를 투입해 사업을 완료하는 차입형 토지신탁과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시행 대행사로서의 업무만 수행하는 관리형 토지신탁으로 구분된다.

이 기간 차입형 수탁고는 2조4000억원에서 2조9000억원으로 5000억원(20.8%) 증가했다. 관리형 수탁고 역시 23조6000억원에서 25조1000억원으로 1조5000억원(6.4%) 늘었다.

토지신탁 수탁고가 이 같은 증가한 것은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 사업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시행사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토지신탁을 활용하면 신탁회사가 시행사가 되고 토지가 신탁자산으로 편입돼 법적 보호 장치가 생긴다”며 “이 경우 제3의 채권자가 토지를 압류하거나, 경매에 부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행사와 시공사만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시행사가 채무불이행 상태가 됐을 때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사비를 받아야 하는 시공사 입장에서도, 사업자금을 대출해 준 금융사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차입형 토지산탁의 경우 부족한 초기 사업비를 신탁회사 자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 관계자는 “차입형 토지신탁은 분양대금이 들어오기 전에 부족한 초기 사업비를 대준다”며 “신탁사가 투입한 자금은 이후 분양대금에서 정산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처럼 토지신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차입형 토지신탁을 취급하는 회사가 전체 부동산신탁회사로 확대되면서 회사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신탁업 인가 당시 차입형 토지신탁 업무를 제한했던 국제자산신탁, 무궁화신탁, 코리아신탁 등 3개 회사의 업무를 허용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차입형 토지신탁 취급 회사는 기존 8개 회사에서 11개 회사로 늘었다.

같은 관계자는 “토지신탁 시장은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라며 “차입형 토지신탁을 취급하는 회사가 늘었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