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믿지 않는 정치, 큰 가르침 주시길”
2014-08-18 14:17
이날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유족을 비롯해 정의화 국회의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정의당 천호선 대표 등 정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권노갑·문희상 새정치연합 상임고문,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박지원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과 새정치연합 소속 이해찬·정세균·한명숙·김한길·안철수 의원 등도 자리에 함께 했다.
청와대에서는 조윤선 정무수석이 참석했고 김병권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장도 추모식을 지켜봤다.
이날 추도식은 '김대중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모위원회' 위원장인 정의화 의장의 추모사와 김 전 대통령의 생전 영상 상영, 추모의 노래, 종교의식, 유족대표 인사 순서로 진행됐다.
정의화 의장은 추모사에서 "지금 우리 국민이 정치를 믿지 않는데 대통령님이 걸었던 의회주의의 길을 잘 본받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부디 큰 소리로 가르침을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은 유족 대표 인사말을 통해 "아버님과 많은 분들이 노력해 이룬 일들이 그 결실을 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면서도 "굽은 길을 만나면 돌아갈지언정 역사는 발전한다는 아버님의 말씀을 믿고 싶다"고 밝혔다.
추도식을 마친 뒤 참석자들은 김 전 대통령의 묘소로 이동해 헌화하고 참배했다.
추도식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보낸 조화를 비롯해 북측이 전날 개성공단에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를 통해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 등에게 전달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명의의 조화가 놓였다. 조화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김정은'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측도 조화를 보냈으나 김영삼·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조화를 보내지 않았다.
정치권은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화합과 상생', '행동하는 양심' 등을 본받아야 한다며 한목소리로 애도했다.
김무성 대표는 추도식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행동하는 양심'으로서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탄압과 박해를 받았지만 미움과 증오를 화합과 상생으로 발전시켰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특히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실타래처럼 엉킨 세월호 정국을 풀어내고 상호 불신에 따라 진영논리에 갇혀 있는 우리 사회와 정치권이 화합과 상생으로 나아가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영선 위원장도 이날 애도 성명을 통해 "세월호 참사와 윤일병 사태 같은 전례 없는 비극을 겪으면서 우리는 그분의 지도력, 그분의 지혜와 용기가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다시 절감했다"며 "고인이 한없이 아쉽고 그리운 오늘"이라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도 "어느 때보다 남북이 극한 대립으로 꽁꽁 얼어붙은 현 상황은 고인을 더욱 뜨겁게 생각나게 한다"며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 40년 전 유신독재체제로 돌아가려는 박근혜정권 앞에서 고인의 당부를 다시 기억한다"고 애도했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도 당 상무위원회의에서 "만약 대통령께서 살아계셨다면 박근혜정권에 의한 민주주의 위기와 남북관계의 위기를 개탄하며 행동하는 양심이 될 것을 촉구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