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도 한강 노벨상 집중 보도 "김대중 대통령 이어 2번째 수상 한국인"

2024-10-10 21:56
예상 밖 수상도 높은 관심
노벨문학상의 문화적, 성별 편향성도 지적
日 매체 "노벨문학상 수상한 첫 아시아 여성"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가져갔다. [사진=노벨상 홈페이지]

한국 작가 한강이 예상을 깨고 2024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운데 외신들도 이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AP통신은 "그녀는 지난 2000년 고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데 이어 노벨상을 수상한 두 번째 한국인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기생충, 오징어게임과 BTS 및 블랙핑크 등을 거론하며 "한강은 한국 문화와 글로벌 영향력이 높아지는 시기에 노벨상을 수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디플로맷은 한국 주요 정치인들이 잇따라 한강 작가의 수상을 축하한 것을 거론하면서 "그녀의 수상은 흔치 않은 국가 통합의 순간을 만들어냈다"고 전했다.

한강 작가가 유력 후보들을 제치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 역시 큰 화제가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강의 수상은 서프라이즈였다"며 "발표 전까지만 해도 도박사들의 우선 예상 후보는 장르를 넘나드는 중국의 아방가르드 작가 찬쉐였다"고 언급했다. 로이터통신은 "수상자 발표에 앞서 도박사들의 우선 예상 후보에는 중국 작가 찬쉐와 케냐의 응구기 와 티옹오, 호주의 제럴드 머네인, 캐나다의 앤 카슨 등 많은 여러 단골 후보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외신들은 한강 작가의 대표작인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그의 작품 세계와 이력에도 주목했다. 영국 BBC는 "그녀의 커리어의 전환점은 2016년이었다"며 "당시 그녀는 작품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다"고 설명했고, 영국 가디언지는 “한강의 소설, 중편소설, 에세이 및 단편집은 남성 우월주의, 폭력, 슬픔, 인류애와 같은 다양한 주제를 탐구해왔다”고 평했다.

미국 매체 NPR은 한강 작가의 소설 '희랍어 시간'에 대한 논평을 쓴 도서평론가 르랜드 척의 발언을 인용해 "올해 53세인 한강 작가는 자신의 고국을 크게 뛰어넘는 독자층을 확보했다"고 소개했다. 독일 매체 도이체벨레(DW)는 "그녀의 소설은 종종 고립되고 한국의 엄격한 사회적 기준에 힘들어하는 여성 주인공들을 대상으로 한다"며 "그녀는 아방가르드 작품 스타일로 유명한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스타일을 따른다"고 전했다.

한강 작가는 121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노벨문학상은 1901년 제정 이후 117회에 걸쳐 총 121명의 작가에게 수여됐다. 그중 여성은 18명이었고, 마지막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2022년에 수상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였다. 또한 아시아 작가로는 2012년 중국 작가 모옌 수상 이후 12년 만이다.

이와 관련해 외신들은 노벨문학상의 문화적 및 성별 편향성도 지적했다. 미국 NBC는 "노벨상은 오랜 기간 무거운 스타일과 가벼운 스토리를 중심으로 한 유럽과 북미 작가들에 과도하게 집중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여성 수상자는 18명에 불과할 정도로 남성 지배적이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수년간 노벨문학상은 남성과 여성이 번갈아가며 수상하고 있다"며 "주요 여성 수상자 중에는 프랑스의 아니 에르노, 미국의 루이즈 글릭, 폴란드의 올가 투카르추크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시아권 매체들도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을 집중 보도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한국의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첫 아시아의 여성이 됐다"고 보도했고, 아사히신문은 한강 작가의 이력을 소개하며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과 그들의 회복 과정을 섬세하고 시적으로 담아내며 현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이외에 중국 매체 펑파이는 "그녀는 현대 한국 문학계에서 가장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작가 중의 한 명"이라고 소개하며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던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