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제주 첫 순교자 '김기량' 시복…'복자'↑

2014-08-17 14:30

▲김기량 초상화


아주경제 진순현 기자= 제주에서 천주교 첫 신자이자 순교자인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1816~1867)가 복자 반열에 올랐다.

우리나라를 공식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지난 16일 김기량 순교자를 비롯, 국내 천주교 순교자 124위(남성 100위, 여성 24위)에 대해 ‘시복식’을 주례했다.

‘시복’은 가톨릭교회가 공경의 대상으로 공식 선포하는 것. 또 ‘복자’란 천주교에서 죽은 사람의 덕행을 기려 부르는 존칭으로 성인의 전 단계를 말한다. 특정교구 지역 국가 또는 수도 단체 내에서 공경을 드릴 수 있다. 교회법에 의해 교황이 시복식을 행하면 복자가 된다.

이로써 제주 출신 첫 복자가 탄생했다.

김기량은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출신으로 원래 어부였다. 그는 1857년 2월 서해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중국 광동까지 표류하다가 영국 배에 구조된다. 그곳에서 80여일 머무는 동안 루세이 신부 지도 아래 조선인 신학생에게 교리를 배웠고, 이후 같은 해 5월 세례를 받아 제주도 출신 첫 천주교 신자가 됐다.

입국 후 페롱 권 신부와 최양업 토마스 신부를 만나 교회 서적을 얻고 제주에 돌아온 김기량은 40여명을 입교시키는 등 전교에 집중하다가 1866년 병인박해가 한창일 때 새로 입교한 이들을 영세시키려고 육지부로 이동 중 통영 앞바다에서 관헌에게 체포돼 1867년 1월 처형됐다.

처형됐을 당시 그의 나이 51세였다. 이때 특별히 그의 가슴에는 대못을 박아 다시는 살아오지 못하도록 했다.

앞서 천주교 제주교구는 1998년 김기량의 신앙적 모범을 기리기 위해 제주시 아라동 황사평 순교자 묘역 내부에 ‘김기량 순교비’를 건립했다. 2005년에는 그의 고향인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서 김기량 순교 현양비가 세워졌다.

이와 함께 제주교구와 제주도, 제주관광공사는 지난 6월 조천성당~조천포구~환해장성~신흥포구~함덕포구~함덕해변~서우봉 입구~김기량 생가터~김기량 순교현양비에 이르는 9.3㎞의 길을 ‘김기량길’로 명명, 성지순례 지역으로 선정하는 등 성역화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