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공습 승인'결단, 오바마를 움직인 5분간
2014-08-14 13:28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미군의 이라크 철수를 공약으로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이 31개월 만에 이라크 공습을 승인했다. 이는 오바마 정권의 이라크 정책이 큰 전환점을 맞이한 것을 의미하며, 오바마 대통령이 왜 이러한 결단을 내렸는지 그 배경이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6일 미국-아프리카 정상회담이 종료된 직후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이 오바마 대통령의 리무진에 급히 합승하면서 백악관에 도착하기까지 5분 동안 이라크 정세가 얼마나 악화되고 있는지를 브리핑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뎀프시 합참의장의 이라크 브리핑 청취 후 이라크가 심각한 상황임을 알게 됐으며, 백악관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뎀프시 합참의장과 함께 집무실로 들어가 라이스 보좌관(국가안전보장 담당)과 데니스 맥도너 수석보좌관을 불렀다.
보도에 따르면 다음 날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90분 동안 이라크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군사 개입에 부정적이던 오바마 대통령의 생각은 뎀프시 합참의장의 브리핑을 듣고 변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변화시킨 것은 뎀프시 합참의장의 ‘대량살육’이라는 단어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인권을 중시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러한 상황을 방치하고 대량살육이 현실이 되면 국제사회의 미국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다. 또 이라크 무장단체가 세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던 이라크 북부 아르빌은 미군의 군사고문단이 주둔하고 있고 미국의 석유회사도 진출해 있는 곳이다.
만약 미군 군사고문단에서 희생자가 발생한다면, 이는 2012년 9월 주 리비아 대사관에서 발생한 미국영사관 습격사건의 재현이라는 지적을 받게 됐을 것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우연히도 바로 전날 아프간의 수도 카불에 있는 육군사관학교에서 아프간 병사가 국제치안지원부대(ISAF)에 대해 총기를 난사해 미군 장교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군이 2001년부터 주둔한 아프간에서 전사한 병사 중 가장 계급이 높았던 그의 죽음은 미국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2년 시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을 막판에 철회해 당시 "군 최고사령관의 위신을 손상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있어서 이라크 정책의 실패는 시리아 군사 개입 철회 때 이상의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군사 개입을 망설이고 이라크 정세가 더욱 악화된다면, 오는 11월에 예정된 중간선거에서 “겁쟁이”라고 야유하던 공화당의 호재로 작용했을 것이다.
지난 7일 오후(현지시간) 또다시 NSC를 열고 외국을 순방 중이던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망장관을 영상으로 회의에 참석하도록 했으며, 이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 공습 승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9시 30분(현지시간), 카메라 앞에 선 오바마 대통령은 긴급 성명에서 “제한적인 공습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 신문은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긴장된 표정이었으며 대통령 자신이 가장 하기 싫었던 말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라크 공습 승인’ 발표 후 9시간 뒤에 미군은 이라크 북부지역의 이슬람 무장단체 근거지에 대해 공습을 시작했다. 이는 미군이 이라크에서 완전 철수한 지 2년 반이 지난 뒤 실시한 미국의 첫 군사행동으로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