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밀린 네이버 밴드, 송금 서비스로 카카오톡과 ‘재격돌’
2014-08-11 13:57
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게임 플랫폼 사업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네이버의 지인기반 SNS ‘밴드’가 송금 서비스를 통해 다시 한번 카카오톡과 ‘재격돌’을 펼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밴드는 전자결제대행업체(Payment Gateway, PG)와의 협력을 통한 송금 서비스 사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밴드측은 송금 서비스의 경우 고객 편의성 강화를 위한 부가 서비스 방식이라는 점을 들어 직접적인 금융 사업 진출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밴드 게임’의 부진으로 사업 다각화에 필요성이 부각된 밴드가 송금 서비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부가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불거진 송금 서비스에 대해 밴드측은 신중한 반응이다.
밴드 관계자는 “송금 서비스의 경우, 아직은 사업 검토중이며 본격 추진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며 “직접 결제 시스템 및 송금 서비스가 아닌 PG사와의 협력을 통한 고객 편의 서비스일 뿐 금융 시장 진출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의 송금 서비스인 ‘뱅크월렛 카카오’는 15개 이상의 시중은행과 협력해 가상 계좌를 개설, 최대 50만원 충전과 일일 10만원 송금이 가능하다. 이미 LG CNS와 손잡고 간편결제 시스템도 준비하고 있어 사실상 금융 시장 진출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밴드의 송금 서비스는 전자결제대행업체들이 제공하는 간편결제에 송금 서비스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옐로페이 뿐 아니라 다양한 PG사와의 협력을 모색 중이다. 밴드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만큼 이를 네이버의 본격적인 금융 시장 진출로 확대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송금 서비스를 도입하더라도 밴드가 이미 제공하고 있는 ‘N빵 계산기’에 추가하는 방식을 검토하는 것 역시 부가 서비스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모임에 필요한 회비를 계산해주는 ‘N빵 계산기’에 송금 기능을 도입해 사용자들의 편의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전문가 “부가 사업 확대 위한 사전포석”
밴드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송금 서비스 도입 검토가 밴드의 다각적인 부가 사업 추진의 사전포석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2012년 8월 출시된 서비스 2주년을 맞은 밴드는 지인 기반의 모임 전문 SNS라는 차별화 전략을 앞세워 ‘카카오톡 독주’를 비집고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미 35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으며 1200만개 이상의 밴드가 개설된 상태다.
하지만 이런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사업 확대에는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지난 4월 서비스를 시작한 밴드게임의 경우, 카카오에 비해 7~15% 가량 낮은 수수료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했지만 카카오 게임하기의 아성을 넘는데 실패했다.
실제로 지난 7월 닐슨코리아클릭 자료에 따르면 밴드 사용자 중 게임 이용자의 비중은 9.5% 불과, 61.5%를 기록한 카카오톡의 1/6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밴드 게임을 통해 서비스 중인 인기게임들이 카카오 게임하기로 이동하는 현상도 자주 목격된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번 송금 서비스 도입이 게임 플랫폼 참패를 만회하기 위한 밴드의 전략 사업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비스 제공 방식에서 카카오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간편한 송금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추후 O2O(Online to Offline) 등 신규 사업 추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노림수는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카카오톡보다 고객들의 유대 관계가 끈끈한 밴드의 특성상 송금 서비스의 효과가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사업 추진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