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이공계 채용 비중 '어떻게 늘리나?'

2014-08-10 08:01
"수시채용 방식으로 확대 전망…정부 채용확대 요구 부담"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은행권 이공계 채용 확대 발언으로 은행들의 이공계 출신 채용이 확대될 전망이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기술금융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전문인력 양성을 강조하자 각 은행들이 하반기 채용을 앞두고 이공계 선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분석 및 리스크 관리 등을 위해 이공계 중 수학과 및 통계학과 출신을 선호했으나 최근 몇 년간 전산·보안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관련 전문가 및 해당 학과 출신 채용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금융 강조로 이와 연관된 전기·전자, 화학, 생명, 기계·금속 관련학과 출신들의 채용 비중이 증가할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1954년 기술부를 신설해 2000년 들어 본격적인 기술금융을 실시한 산업은행 역시 분야별 채용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이공계 채용 확대가 각 은행들의 상·하반기 정기 공개채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는 업무에 따라 분야별 채용 비중을 구분했지만, 최근 출신 학과 및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는 채용방식이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들은 전산·보안 관련 인력을 수시채용 방식으로 선발했던 것처럼 이공계 채용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학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도 전산·보안 수시채용을 실시한 바 있기 때문에 이공계 채용 확대도 이같은 방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올해 초 각 시중은행들은 고객정보 유출사태로 전산·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자 수시채용을 통해 인력을 보강했다.

국민은행은 대졸(예정)자를 대상으로 전산·보안 분야 채용을 실시한 바 있으며 하나은행은 해당 학과 출신들을 인턴행원으로 선발한 뒤 특정기간 근무 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그러나 볼멘 소리도 나온다. 수익성 악화로 신규 채용을 자제하며 긴축경영에 들어간 은행들이 '정부의 압박'으로 마지 못해 채용규모를 늘린 데다 이공계 채용까지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7개 주요 은행들은 올 하반기 신규채용을 전년 대비 20% 이상 확대했다. 이를 두고 은행권 안팎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신규 일자리 창출과 '보신주의'를 지적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고졸·신규채용을 늘리는 것은 공감하지만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확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정부의) 요구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