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방이전…직원 '가족동반 이주' 10명중 2명도 안돼
2014-08-08 06:41
교육·문화·생활·교통 인프라 부족에 가족동반 이사 '기피'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에 따라 수도권의 140여개 공공기관이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이전을 시작했지만 직원들의 가족 동반 이주율은 20% 가량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방의 교육과 생활, 문화, 교통 등 인프라 부족에 따른 것으로, 이전 대상 기관 직원들의 50% 이상이 가족과 함께 이주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당초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최근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농촌진흥청 직원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전학시킬 수 없어 원룸을 얻어 홀로 생활하고 있다"며 "사실상 이산가족이 돼 '기러기 아빠' 신세나 다름없다"고 푸념했다.
전국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의 가족동반 이주율은 평균 20% 가량에 머물 것으로 각 지방자치단체는 추정하고 있다.
광주·전남혁신도시로 이전한 우정사업정보센터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등 6개 기관의 총 1409명 가운데 가족과 함께 이주한 임직원은 17.3%인 244명에 불과하다.
부산혁신도시 역시 국립해양조사원, 영화진흥위원회 등 4개 기관이 이전을 마쳤지만 전체 325명 중 18.4%인 60명만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특히 게임물관리위원회(부산)는 85명 중 5명, 대한적십자사(원주)는 121명 중 6명 등으로 저조하다.
다만 자연환경 등 정주 여건과 교통비용 등을 고려한 탓인지 국립기상연구소 등 2개 기관이 이전한 제주혁신도시는 전체 194명 가운데 절반 가량이 동반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지방이전 대상 기관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이주하기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보다 교육·생활·문화·교통 등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특히 중산계층인 이들 직원은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지만 혁신도시 안에 보육시설이나 가칭 '혁신 중·고교' 설립이 지연되는 등 열악한 교육환경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혁신도시의 시내버스 등 원활하지 않은 대중교통 시스템도 동반 이주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대부분 혁신도시가 도심 외곽에 위치한 탓에 시내버스를 타려면 30∼40분을 기다려야 하고 광활한 혁신도시 내부를 순환하지 않기 때문에 직원 또는 가족의 불편함이 크다.
영화관, 쇼핑센터, 학원 등 생활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도 직원들의 가족 동반 이주를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들은 인구 유입 등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각종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대부분 지자체는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기관의 임직원에 대해 이사비 지원, 자녀 전·입학 장려금, 출산축하금과 배우자 학원 수강료 지급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또 정부 및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분양 및 임대주택 우선 입주, 분양택지 우선 공급, 신규로 구입한 주택의 취·등록세 감면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부산시는 이주 대상 직원들의 배우자를 움직여야 동반이전 문제가 풀릴 것으로 보고 대책을 찾고 있다.
대부분 맞벌이가 많고 특히 배우자가 공무원이나 교직원인 경우 부산으로 함께 오려고 해도 인사교류가 막혀 있어 현실적으로 가족 이전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부산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교육청, 해당 지자체 등과 협약을 맺고 이전기관 직원 가족들의 교류신청이 들어오면 기관별로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해당 기관별 인력 수급 문제 등이 원활하지 못해 지자체 차원에서의 협력만으로는 현실적으로 대안이 되기는 어렵고 중앙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재복 호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가족동반 이주율을 높이려면 지자체와 이주 공공기관,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지자체는 교통과 교육 여건 등 인프라 조성에 예산을 서둘러 투입하고 정부와 이전 공공기관은 동반 이주하는 직원에 대해 승진 등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혁신도시 아파트 전매 방지 등 투기 근절, 주민과 이전 직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문화 정착 등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