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 기념, 서울역사박물관 '서소문·동소문 별곡' 특별전 8일 개막
2014-08-06 16:22
황서영백서등 천주교 관련 근대유물 400여점 전시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 천주교 관련 근대유물 400여점이 한자리에 소개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서울역사박물관은 '서소문·동소문 별곡' 특별전을 8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막한다. 당초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예정됐다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계기로 일정이 앞당겨졌다.
이번 전시회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성 베네딕토회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과 함께 근대기 서울 동서 변두리의 도시변화와 여기에서 펼쳐진 천주교 순교와 전교의 역사를 다룬다.
'서소문 별곡'은 박해기에 가장 많은 순교자가 처형된 서소문 밖을 무대로 조선 천주교의 탄생부터 박해와 순교, 신앙자유, 복자·성인 추대, 서소문밖 순교성지 재탄생에 이르는 과정을 10개 마당으로 나눠 통사적으로 조망한다.
▶ '서소문 별곡 '대표 전시작=안중근 의사의 유묵 '경천'(敬天)이다. '경천'은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이듬해인 1910년 3월 뤼순 형무소에서 사형집행을 앞두고 쓴 붓글씨다. '大韓國人 安重根'(대한국인 안중근)이란 글씨 옆에 손도장이 찍혀 있다.
'대경성부대관' 지도는 1930년 조선신문사가 펴낸 조감도 형식의 지도다. 특이하게 서울역과 남대문, 서소문 일대가 지도 중앙 부분에 있어 당시 서소문 일대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다.
로마교황청 민속박물관이 소장 중인 '황사영백서'도 선보인다. 황사영이 신유박해(1801)의 전말과 대책을 흰 비단에 적어 중국의 구베아 주교에게 보내려 했던 밀서다. 가는 붓으로 한 줄에 110여자씩 122행을 적어 글자 수가 1만3311자에 달한다. 신앙을 지키기 위한 평신도의 고민을 잘 보여주지만 청의 군대 파병 요청 등 외세를 불러들이려 했다는 점에서 천주교 안팎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조선 제8대 교구장 뮈텔 주교가 수집한 1만3451건의 뮈텔 문서 중 일부도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뮈텔 문서에는 개인사와 천주교 관련 활동, 당시 한국사회의 정치, 외교, 사회, 생활상이 잘 드러나 한국 근현대사 연구의 필수자료로 꼽힌다.
한국인 첫 사제 김대건 신부의 묘비석과 관, '조선 평신도의 교부' 정약종이 쓴 최초의 한글교리서 '주교요지', 조선에 파견된 첫 외국인 사제인 중국인 주문모 신부의 초상 등도 전시목록에 포함됐다.
▶'동소문 별곡'=성 베네딕도회의 한국 진출과 이들이 처음 수도원을 설립한 혜화동 일대 지역사를 중심으로 전시가 진행된다. 1909년 서울 백동(현 혜화동)에 건립된 성 베네딕도회 백동수도원은 한국 최초의 남자수도회다. 명동성당과 함께 한국 천주교사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 왜관수도원으로 계보가 이어진다.
서울 도성의 동북관문인 혜화문(동소문)이 있는 혜화동 일대는 그동안 서울학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이번 전시를 계기로 공간변천사를 집중 연구했다.
주요 전시유물로는 1911년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백동수도원 현관문, 한국천주교 최초의 실업학교인 숭공학교 학생들이 만든 명동성당 강론대 계단, 성 베네딕도회 노르베르토 베버 총 아빠스(수도원장)가 수집한 '겸재 정선 화첩' 등이다. 전시회는 10월 31일까지. 관람은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