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치료 실험약물,환자 두명 상태 호전...대량 생산 많은 시간 필요

2014-08-05 15:53

[사진 출처: CNN 홈페이지 동영상 캡쳐]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에볼라 치료 실험약물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인 환자 두명의 목숨을 구했다. 이에 따라 전지구적인 재앙이 된 에볼라 바이러스 정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기독교 선교 활동을 위해 의료 봉사를 하고 있던 의사 켄트 브랜틀리(33) 박사와 낸시 라이트볼 (60) 여사가 현지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그러나 에볼라 치료 실험약물을 투여받은 후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

이들의 목숨을 구한 에볼라 치료 실험약물은 ‘ZMapp'다. 이 약은 직원이 9명에 불과한 소규모 제약회사 ‘맵 바이오제약’이 만들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있는 이 제약회사는 지난 2003년 전염병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목표로 설립됐고 지난 수년 동안 미국 국립보건원(NIH) 및 국방부 산하 국방위협감소국(DTRA)과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해 왔다.

‘ZMapp'은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 시스템 형성을 도와주는 단일클론항체들을 혼합해 만든 일종의 '칵테일 치료제'다. 생산은 담배회사인 레이놀즈 아메리칸의 자회사 켄터키 바이오프로세싱이 맡았다.

‘ZMapp'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효과를 나태냈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이뤄지지 않은 에볼라 치료 실험약물에 불과하다.

‘ZMapp'을 투여받은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원숭이 8마리 중 4마리는 감염 24시간 내, 다른 4마리는 48시간 내 투여받았다. 이 8마리의 원숭이는 모두 살았다.

이 두명의 미국인 환자에게는 이 에볼라 치료 실험약물이 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결국 NIH는 이들이 속한 봉사 단체인 라이베리아의 '사마리탄스퍼스' 관계자에게 ‘ZMapp’을 전달했고 지난달 31일부터 ‘ZMapp' 치료가 시작됐다.

이후 켄트 브랜틀리 박사는 빠르게 호전돼 지난 1일 오전 스스로 샤워를 할 정도가 됐다.

켄트 브랜틀리 박사는 최첨단 방역 시설로 꾸며진 특수 민간 항공기를 타고 2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도착해 에모리대학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낸시 라이트볼 여사는 켄트 브랜틀리 박사 만큼은 아니지만 2차로 에볼라 치료 실험약물을 주입한 후 장거리를 이동할 만큼의 체력을 회복해 후송 비행기를 타고 5일 에모리대학 병원에 도착할 예정이다.

하지만 ‘ZMapp’이 대량 생산돼 서아프리카 환자들 치료에 이용되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ZMapp’은 아직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에볼라 치료 실험약물이다. 임상시험을 거치고 안전성 등이 입증돼 미국 당국의 시판 허가를 받아야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이번에 ‘ZMapp’이 미국인 환자들에게 투여될 수 있었던 것도 치료 방법이 한계에 봉착했을 때 미임상시험 약물 사용을 예외적으로 승인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동정적 사용’ 규정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AP에 따르면 앤서니 포시 NIH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은 CBS 방송 ‘디스 모닝’에 출연해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9월 임상시험을 하고 내년 7월쯤 백신을 시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은행은 이날 “에볼라 바이러스 발병국인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기니 3개국을 돕기 위해 2억 달러(약 2066억원)를 긴급 지원한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아프리카 국가(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나이지리아)에서 에볼라 바이러스로 사망한 사람은 887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