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사건 알고도 3개월 '쉬쉬'…군 수뇌부 문책론 일파만파

2014-08-04 15:09
국방부 "윤일병 사건에 살인죄 검토

군 당국이 윤일병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군 수뇌부 문책론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 MBN 영상 캡쳐]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28사단에서 선임병들의 상습적 폭행과 가혹행위로 사망한 윤일병 사건과 관련, 군 당국이 일명 윤일병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군 수뇌부 문책론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국방부가 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28사단 윤일병 사건 관련 현안보고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6일 오후 윤 일병이 선임병들의 집단 폭행으로 쓰러지자 "윤일병이 음식물 취식 중 의식을 잃었다"고 소속 대대 지휘통제실로 보고됐다가 당일 밤 선임병들의 폭행으로 윤일병이 쓰러졌다고 정정 보고됐다.

28사단 헌병은 다음 날인 7일 선임병들이 사고 당일 윤일병을 어떻게 폭행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했고, 군 검찰이 다음 달인 5월 2일 피의자를 기소할 때는 윤일병에게 치약을 먹였으며, 매일 야간에 지속적인 폭행 및 가혹행위가 있었고 간부가 폭행을 방조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그러나 군 당국은 사고 발생 다음 날 '윤일병이 선임병들에게 맞고 쓰러진 뒤 음식물에 기도가 막혀 숨졌다'고 언론에 알렸을 뿐, 이후 윤일병이 당한 상습적인 폭행 및 가혹행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5월 22일 이후 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선임병들에 대한 3차례에 걸친 심리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윤일병의 유족들이 수사기록을 요구했지만 군 당국은 제공하지 않았다.

군 당국이 사건의 전모를 파악한 뒤 3개월가량 지난 뒤인 7월 31일에서야 군 인권센터의 기자회견을 통해 윤일병 사망사건의 심각성이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여야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군 당국의 28사단 윤일병 사망사건 은폐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휘 계통을 통해 제대로 보고됐는지, 쉬쉬하고 덮으려 한 건 아닌지 철저히 진상을 조사하고, 책임질 사람은 모두 일벌백계로 다스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이례적으로 한민구 국방장관을 참석시킨 가운데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국방부의 은폐 축소가 문제를 키웠다"며 "사건 발생시점이 4월 7일(윤일병 사망일)인데 국방부는 4월 9일 단순폭행사건으로 진실을 은폐했다. 7월 31일 시민단체의 회견이 없었다면 영원히 묻혔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군 당국의 28사단 윤일병 사망사건 은폐 의혹으로 군 수뇌부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국방부 홈페이지에서 한 누리꾼은 "일개 간부들만 처벌하고 병영 내 폭행을 방관한 육군총장도 사직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누리꾼은 "제 식구 감싸는 데만 골몰하는 국방부 장관은 물러나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 은폐 의혹과 관련,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우리 군 차원에서 전면 다시 조사한다고 (국방)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했다"며 "이와 함께 여러 (지휘)계선상에서 잘못된 것이 있다면 다 확인해서 그에 합당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이날 선임병의 폭행으로 사망한 윤일병 사건에 대해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