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된 예능 시장, 전략일까 전쟁일까

2014-07-31 17:53

'런닝맨',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 어디가'[사진=홈페이지 캡처]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일요 예능 프로그램의 편성 시간을 두고 방송 3사의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가장 먼저 시청자를 유입함으로써 시청률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고도의 작전이다.

방송 3사 간 전쟁의 서막은 KBS2가 열었다. 지난 20일 '해피선데이'가 예정되어 있던 4시 10분(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기준, 이하 동일)보다 7분 먼저 방송하면서 MBC와 SBS를 따돌리면서 시작됐다.

예고에 없었던 변칙 편성은 경쟁사도 그렇지만 시청자에게도 혼란을 야기했다. 알고 있던 시간보다 먼저 방송되면서 제시간에 방송을 보려고 했던 시청자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시청자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KBS의 꼼수는 성공적이었다. 이날 '해피선데이'는 12.7%의 시청률을 기록, 동시간대 방송된 MBC '일밤'(9.1%)과 SBS '일요일이 좋다'(6.8%)를 가뿐히 따돌렸다. 변칙 편성의 이득을 톡톡히 본 셈이다.

MBC가 즉각 반응을 보였다. 일주일 후인 27일 방송 시간을 10분 앞당겨 시작한 것. MBC '일밤-아빠 어디가'는 5시 59분에 시작, 10분가량 확대 편성하면서 KBS에 앙갚음했다.

SBS도 오는 8월 3일부터 '일요일이 좋다'의 방영 시간을 15분 앞당겨 오후 4시 5분에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인기가요' 전에 방송하던 '10분 뉴스'를 빼고 '일요일이 좋다'의 시간을 앞당긴 것. KBS2와 MBC에 빼앗겼던 시청자를 되찾아 오겠다는 판단이다.

방송사 간의 변칙편성은 지금까지 계속되어왔다. 소리소문없이 조금씩 방송 시간을 앞당기면서 시청자의 유입을 높이고자 했다. 과거 6시에 시작했던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현재 방송 3사는 일요 예능 프로그램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시청률이 광고 단가로 이어지는 여건은 폐해를 심화시킨다. 한 방송 관계자는 "광고 단가를 높이 책정하기 위해서는 시청률이 높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꼼수를 부리면서까지 방송 시간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변칙 편성은 제작진과 시청자 모두에게 불편한 전략이다"라고 지적했다.

KBS의 변칙 편성으로 시작된 방송 3사의 눈치 싸움이 고도의 전략일지 치열한 전쟁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