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여행금지국 지정… 현지 건설인력 3년 만에 다시 철수

2014-07-31 08:07

현대건설이 공사 중인 리비아 트리폴리 서부 및 알 칼리지 발전소 공사 현장 위치도. [ ]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정부가 내전이 심화되고 있는 리비아를 여행금지구역으로 재지정하면서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건설사도 다음 달부터 대부분 인력을 철수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현지 진출 건설 인력을 보호하기 위해 비상인력대기반을 가동하는 동시에 업체별 탈출 시나리오를 모두 받아놓은 상황이다. 철수는 다음 달 1일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리비아에서 시공 중인 102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건설공사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3년 전 리비아 내전으로 전면 철수했다 올해 초부터 공사를 재개한 바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리비아에 진출한 기업은 20여개로 우리 국민 550여명이 현지에서 근무 중이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두산중공업 등 건설회사 직원이 총 460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여행금지구역 지정에 따라 공동 비상대책본부를 운영하면서 시나리오별 철수 방법과 시기 등 최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경우 현재 사리르 발전소 및 사리르∼아즈다비아 송전선 공사(이상 잘루지역), 알 칼리즈 화력발전소(시르테), 트리폴리 웨스트 화력발전소(트리폴리) 등 4개 현장에서 한국인 직원 174명과 외국인 근로자 등 총 1319명이 근무하고 있다.

현대건설 측은 트리폴리 현장과 지사의 인력은 육로를 통해 튀니지로 이동하고, 시르테와 잘루지역 인력은 비행기 등을 이용해 두바이·이스탄불 등 인근 안전지역으로 빠져나온 뒤 각자 본국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면 철수할지, 최소한의 인력을 남겨둘지는 정부·발주처 등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엔지니어링 트리폴리 지사와 굽바 주택건설 현장에 있는 900명(한국인 60명)의 인력은 육로를 이용해 이집트로 이동할 방침이다.

대우건설은 트리폴리 현장에서 이동해온 미스라타 발전소 현장 내 인력들과 즈위티나 발전소 현장 등에 배치된 907명(한국인 107명)의 철수를 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정부·발주처 등과 협의하며 현장 유지 방법과 필수인력 선별, 세부 철수 계획 등을 수립하고 있다"며 "인력 철수가 원칙인 만큼 필수인력이 남더라도 공사 중단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두산중공업(50여명), 이수건설(2명) 등은 현대건설 등과 함께 선박, 항공, 육로를 이용할 탈출편을 함께 모색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리비아 민병대 간 교전이 끊이지 않고 리비아 국민조차 안전을 위협받는 상황이어서 우리 건설사들도 인력 철수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건설사들이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자발적인 탈출 계획을 이행 중인 가운데 필요시 정부 차원에서 전세기를 띄우는 등 대피 계획을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인력 철수에 따른 공사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주요 현장으로는 현대건설이 2007년 6억5000만달러에 수주했던 알칼리즈 화력발전소 공사, 현대엠코가 진행 중인 4억3000만달러 규모의 굽바시 2000가구 주택 및 기반시설 공사, 자위야 3000가구 주택단지 프로젝트(한일건설) 등이 있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리비아가 6개월간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되면 정부 허가를 받아 필수 인력을 남겨두더라도 공사는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2011년 카다피 정권 붕괴 때도 공사인력을 모두 철수했다가 공사를 재개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 벌어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