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원인 헬리코박터 제균률 60%대로 하락… 대책 마련 시급"

2014-07-22 07:24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위암을 일으키는 원인 가운데 하나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제균률이 6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15년새 20%포인트나 하락한 것으로, 항생제 내성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풀이다. 이에 표준치료법을 바꾸는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정훈용 교수팀은 2013~2014년 국내 14개 병원에서 표준치료법으로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 400여명을 분석한 결과, 제균률이 68%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헬리코박터균 치료를 받아도 10명 가운데 3명 이상에서 효과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에 존재하는 세균으로 위·십이지장궤양 및 위암 등과 연관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제균률이 15년 전과 비교해 2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는 점이다.

정 교수가 대한의과학지(JKMS)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1999년 국내 헬리코박터 제균률은 최고 89.5%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2005년 84.2%, 2008년 82.1%, 2011년 76.8% 등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친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60%대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의료진은 항생제 내성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했다.

현재 헬리코박터균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항생제 2개(클라리스로마이신, 아목시실린)와 위산분비억제제를 포함한 3가지 약물 병용요법이다.

하지만 가장 독한 항생제로 꼽히는 클라리스로마이신의 내성률이 높아지면서 헬리코박터균이 잘 죽지 않는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클라리스로마이신은 원래 호흡기질환 등에 많이 사용되는 항생제로 현재 내성률이 20%를 넘고 있다.

실제로 정훈용 교수는 "내성이 잘 안 생기는 아목시실린보다 헬리코박터균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클라리스로마이신의 내성이 치료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헬리코박터균을 없애기 위한 표준치료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소화성궤양이나 위점막 림프종 환자, 조기위암으로 내시경치료를 받은 환자, 위암 가족력 환자 등은 위암 예방을 위해 헬리코박터균의 치료가 권고되는 만큼 서둘러 1차요법을 변경해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