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한진·동부그룹, 재무구조개선 작업 순항…“남은 과제는 업황회복”

2014-07-17 16:55

[그래픽=김효곤 기자]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 최근 재계에서 재무구조개선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한진과 현대, 동부그룹 등이 잇따라 자산매각 소식을 내놓으며 자구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당초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산을 마련하려했던 물류계열사 현대로지스틱스를 일본 오릭스 코퍼레이션(이하 오릭스)에 매각하는 방안으로 선회하며 사실상 80% 가량의 자구안을 완료했다. 한진그룹도 최근 약 2조원 규모의 에쓰오일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유동성을 확보해 역시 80%가량의 재무구조개선 작업을 진행시켰다. 동부그룹도 올 하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4244억원에 대해 2600억을 상환해 급한 불은 끈 상황이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완전히 정상화가 되기 위해서는 각 기업의 주력 업종인 해운이나 철강의 업황이 살아나야 한다는 점이다.

◆ 위기 탈출한 현대·한진, 급한 불 끈 동부

현대그룹은 이날 일본계 금융회사인 오릭스와 현대그룹이 공동으로 세우는 특수목적법인(SPC)에 보유중인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전량인 88.8%(현대상선 47.67%, 현대글로벌 24.36%, 현정은 회장 등 13.43%, 현대증권 3.34%)를 6000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과 오릭스가 세울 예정인 신설 SPC는 양사가 각각 3대 7의 지분을 투자해 공동주주로 나서며, 현대로지스틱스의 매각으로 인해 끊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는 현대글로벌이 현대로지스틱스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9.95%를 인수해 유지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이번 계열사 매각으로 6000억원을 확보해 앞서 확보한 △현대상선 LNG 운송사업부문 매각으로 1조원 △현대부산신항만 투자자 교체로 2500억원 △컨테이너 매각 대금 563억원 △신한금융·KB금융·현대오일뱅크 등 보유 주식매각으로 총 1563억원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로 1803억원 △금융 3사 매각방식 확정으로 2000억원 등을 포함해 총 2조7000억원의 유동성을 마련하게 됐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을 비롯한 금융계열사 매각과 반얀트리 호텔 매각 등을 거치면 사실상 자구안 계획을 마무리짓게 된다.

동부그룹 역시 올해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4344억원 중 약 60%에 해당하는 2600억원을 해결하고, 1644억원이 남았다.

지난달 24일 포스코의 동부제철 인천공장 및 동부발전당진 인수 포기와 함께 급부상한 유동성 위기에 대해 급한 불은 끈 셈이다.

동부그룹은 남은 1644억원의 회사채에 대해서는 현재 경쟁 입찰 중인 동부발전당진 매각 대금 및 계열사 자체 자금 확보 등으로 각각 절반씩 해결하겠다는 목표다. 동부발전당진은 이르면 내달 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거쳐 늦어도 8월까지는 결론이 날 것으로 동부그룹 측은 예상하고 있다.

또 다른 재무구조개선 작업 시행 기업인 한진그룹은 현재 이달 초 계열사 한진에너지가 보유하고 있던 에쓰오일의 지분 전량을 약 2조원에 매각하면서 지난해 말 발표했던 자구안의 80% 이행률을 보이고 있다.

한진그룹의 재무구조개선은 기존에 유동성 악화로 위기에 몰린 한진해운에 대한항공이 유동성을 지원하면서 독자 경영을 유지해 오던 해운을 그룹사에 편입시켜 발생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 중이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의 자체 자산매각과 별도로 대한항공 및 계열사의 자산매각 및 금융권을 통한 채권 만기 연장 등이 이뤄지면 사실상 자구안 시행이 완료된다.

◆ 자구안 이행에도 기업 정상화는 '업황'이 좌우

이들 기업의 재무구조개선안이 현재까지는 순항을 보이고 있지만, 주축 계열사들의 업황이 문제다. 재무구조개선을 통해 당장의 위기는 벗어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업황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위기는 언제든 다시 돌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의 주축인 대한항공은 항공업계의 경쟁 심화로 좀처럼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한진해운 역시 해운업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실적 개선 전망이 불투명하다. 대한항공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 212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개선의 기미를 보였으나 한진해운은 같은 기간 622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이어 적자가 지속됐다.

현대그룹 역시 주축인 현대상선이 해운업황의 지속적인 침체로 인해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그룹 내에서 현대엘리베이터가 선전하며 상황 악화를 막고 있지만, 규모 면에서 현대상선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그룹 정상화도 어려운 형편이다. 현대상선의 지난 1분기 영업손실은 617억원이었다.

동부그룹도 업황이 발목을 잡는다. 동부그룹의 주축인 동부제철은 지난 1분기 영업손실 24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적자 전환했다. 여기에 철강업황의 전망도 중국의 물량공세와 엔저를 앞세운 일본산 철강업체들의 공세 속에 공급과잉이 지속되면서 좀처럼 실적개선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조양호 한진그룹, 현정은 현대그룹,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역시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계열사 실적 개선을 위해 집중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11일 한진해운 영업전략회의에서 “영업현장에 역량을 집중해 반드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