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상장사 현금성 자산 비중 9.3%, 사내유보금 과세 재검토 해야”
2014-07-17 14:26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최근 도입논의가 활발한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제도의 도입은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17일 발표한 ‘사내유보금 과세제도 도입의 문제점과 정책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우리 기업의 현금성자산 보유 비중은 주요 경쟁국에 비해 오히려 낮은 수준이며, 과거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제도가 도입된 적이 있으나 많은 문제로 인해 폐지되었고 현금성 자산의 증가는 기업경영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결과이므로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제도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중 세금과 배당을 통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기업내부에 남겨둔 금액으로, 그중 대부분은 재투자되어 토지, 건물, 공장, 설비 등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이를 두고 마치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모두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 처럼 오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상장기업(금융사 제외)의 총자산 대비 현금성 자산 보유 비율이 9.3%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23.7%), 일본(21.4%), 대만(22.3%), 유럽(14.8%)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우리 기업들이 과도하게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에 과거 적정유보초과소득과세 제도가 도입되었으나,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폐지된 사례를 제시했다. 사내유보소득에 대한 과세는 1991년 비상장법인이 사내유보를 통해 의도적으로 배당을 회피함으로써 정상적으로 배당하는 상장법인 주주와의 과세 불공평을 시정하려는 의도로 도입된 적이 있다. 하지만 사내유보소득에 대한 과세가 배당을 늘리는 효과는 미미한 반면, 이미 법인세를 낸 이후의 소득에 대해 다시 과세함으로써 이중과세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모든 기업에 대해 일률적으로 적정유보소득을 산정함으로써 개별기업 고유의 재무적 특성을 무시했고, 기업 이익의 사내유보를 통한 자기자본 확충을 저해해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됨에 따라 결국 2001년에 이 제도는 폐지되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배당소득세를 회피하려는 주주들에 대한 징벌적 과세의 목적으로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최근 논의는 가계소득 증대 또는 투자 확대와 같은 경제활성화 방안으로 도입하려 하고 있어 제도의 취지가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은 사내유보와 배당에 대한 기업의 자율적인 결정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특정 주주가 대부분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법인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이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결국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제도는 주주의 자본소득에 대한 형평성 차원에서 논의될 수는 있으나, 경기부양정책의 수단으로 논의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윤경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기업의 현금성자산 증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경영환경의 불확실성 확산에 따른 국제적인 현상이며, 미국의 경우도 현금성 자산 급증에 대한 원인을 기업환경과 정부정책의 불확실성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하고, “우리도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 외국계 기업의 경우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면 자국의 모회사에 수익을 전액 배당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바 있는데, 이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외국계 기업이나 외국인의 투자 비중이 높은 주요 상장사의 경우 국부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