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시설공단에 AVT 밀어준 '철피아' 감사원 감사관 구속기소

2014-07-13 10:34
AVT 등 9개 업체서 차명계좌로 2억여원 수수
'뇌물받아 집사고 도박까지'
검찰, "AVT, 철도시설공단 관계자 수사 통해 확인할 것"

[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철도시설 및 부품 납품업체 여러 곳으로부터 감사 편의 청탁을 받고 2억 원대의 뒷돈을 챙긴 감사원 감사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레일체결장치, 교량방수, 도면관리, 철거공사 등 철도시설과 관련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 같은 뒷돈이 오간 것으로 밝혀져 검찰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철도 마피아'(철피아)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는 감사원 감사관 김모(51)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뇌물수수, 범죄수익은닉규제및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철도고와 철도대학을 나와 전문가 특채로 감사원에 들어간 김씨는 학연을 이용해 철도시설공단 납품업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이를 토대로 AVT에 유리한 방향의 감사 결과가 나오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같은 감사 편의 제공 명목으로 2006년 1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10여 회에 걸쳐 AVT사로부터 80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김씨는 교량 방수, 철도역사 설계감리, 도면관리, 철거공사, 토목공사 등 철도 시설 관련 거의 모든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았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AVT 등 9개 업체로부터 각각 600만∼8000만 원씩 모두 2억2000만 원에 이른다.

뇌물 수수에는 김씨가 친인척 4명 명의로 개설한 8개의 차명계좌가 동원됐다. 김씨는 뇌물 일부를 회식비나 생활비로 사용했고 정선카지노에서 도박을 즐긴 흔적도 보였다.

검찰은 차명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분석한 결과 총 9억 원가량의 입금액 중 뇌물 성격이 소명된 2억2000만 원가량을 범죄혐의 액수로 보고 김씨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결과는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사업을 담당하는 시공 및 납품회사까지 큰 영향을 받게 돼 공여자들이 (김씨의) 금품 요구에 응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AVT를 포함한 이들 업체가 철도시설관리공단과 연계돼 있는 만큼 공단 관계자들도 비리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철도시설 납품비리와 관련해 권영모(55)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 김형식(44) 서울시의원은 이미 구속됐으며  김광재(58) 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조사 도중 지난 4일 새벽 한강에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