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금융회사를 소유한 대기업 집단이 금융부문 계열사의 출자 규모를 늘리는 등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지주회사의 금융보험사 보유가 금지된 현행법상, 순환출자 등 비정상적 지배구조 형성도 뚜렷했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4년 대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에 따르면 전체 63개 대기업집단 중 29개 집단이 총 147개의 금융보험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총수가 있는 24개 대기업은 117개의 금융보험사를 보유하고 총수없는 5개 집단의 경우는 30개 금융보험사를 두고 있다. 총수있는 집단 중 금융보험사를 많이 보유한 곳은 미래에셋(22개)·삼성동부(각 13개)·롯데(10개) 등의 순이다.

반면 SK·LG·GS·두산·CJ·LS·부영·코오롱·대성·한국타이어 등 10곳은 금융보험사를 보유하면서 지주회사 체제를 두고 있다. 오너 중심에 12개 대기업집단 소속 중 42개 금융보험사는 금융·비금융 등 총 114개 계열사에 출자한 상황이다.

삼성·현대차·롯데·현대중공업·한화·두산·동부·현대·미래에셋·코오롱·태광·교보생명보험에 속한 42개 금융보험사가 금융 80개·비금융 34개에 출자했기 때문이다. 이들 금융보험사의 계열회사 출자금은 4조3027억원으로 전년보다 3643억원(9.3%) 증가했다.

총수가 있는 24개 집단 중 절반의 소속 금융보험사가 계열회사에 출자를 하고 있는 것.

사모투자전문회사(PEF)가 자본시장법상 투자목적회사에 출자하거나 금융보험사의 금융보험계열사 지분 취득이 대부분이다.

이를 두고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의 금융보험사 보유가 금지되면서 지주회사체제 밖에 계열사 형태로 비정상적인 금융보험사를 보유 중이라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금융보험사를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 집단의 출자단계를 보면 복잡한 구조로 얽혀있다. 금융보험사를 보유하지 않는 대기업 집단(3.9단계)보다 평균 4.8단계로 차이를 보인다.

반면 지주회사 집단은 출자형태가 수직적으로 평균 3.2단계다. 그 만큼 총수일가가 지주회사 지분을 많이 확보하려는 경향은 뚜렷하다. 총수일가가 지배하는 계열회사가 금융보험사를 보유하고 해당 계열사는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현대차·롯데·현대중공업·한화·두산·동부·현대·미래에셋·코오롱·태광·교보생명보험 등 12개 집단 중 7개 집단 소속 14개 금융보험사가 34개 비금융보험사에 2948억원을 출자한 상황이다.

현행 공정거래법(금산분리)에는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가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비금융계열사가 상장하면 임원임면·정관변경 등 주요사항에 대한 특수관계인을 더해 15%까지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다.

단 12개 집단 중 7개 집단 소속 14개 금융보험사가 비금융보험사에 출자한 2948억원은 의결권 행사가 한도에 따라 제한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금융회사 보유집단 중 일부는 금융·보험사를 중간 지렛대로 활용해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유지”라며 “총수일가가 지배하는 산업계열 주력회사가 금융·보험계열사를, 금융·보험계열사는 주력회사(또는 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출자구조 형성에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 후 체제 밖에서 금융보험사를 보유하는 집단이 10개(금융보험사수 17개)”라며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의 금융보험사 보유가 금지돼 있어 지주회사체제 밖에 계열사 형태로 비정상적 금융보험사를 보유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