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최경환식 경기부양’에 정책기조 변화 고민
2014-07-09 15:14
아주경제 김부원·이수경 기자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강력한 경기부양 정책 추진을 예고하면서 정책기조에 변화를 줘야 할 금융권 수장들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갑작스런 금융정책 변화와 무리한 부양책이 자칫 금융시장에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 후보자는 지난 8일 열린 인사청문회를 통해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완화에 대한 의지를 재천명했다.
DTI·LTV 완화를 통해 부동산시장을 활성화시키고 경기부양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동안 가계부채 해소에 집중하던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고민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최 후보자를 중심으로 경제팀 2기가 만들어지면 금융당국의 두 수장은 정책 노선을 변경해야 한다.
신 위원장과 최 원장 모두 "DTI·LTV 완화가 기존 정책 노선을 바꾼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 후보자가 규제 완화를 시사하자 두 수장 모두 '코드 맞추기'에 나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두고 고민스럽긴 마찬가지다. 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기준금리 조정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유 권한"이라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했다.
특히 그는 청문회 전 서면으로 제출한 답변서에서 "금리 인상은 경제주체의 부채 상환 부담을 증가시키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며 금리인상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이런 최 후보자에 비해 이 총재는 그동안 금리인하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으며, 오히려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금리 정책에 대해 이 총재가 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갑작스런 정책 변화에 금융시장의 안정성도 흔들릴 수 있지 않겠느냐"며 "정책 방향에 맞춰 금융사들의 역할도 상당 부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책기조 변화 때문에 경기부양 자체를 지나치게 우려해선 안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경제상황을 진단하는 데 있어 최 후보자와 금융당국 수장, 한은 총재의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정책 방향에도 차이가 있다"며 "최 후보자의 견해대로 현재는 경기부양이 필요한 시점이란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