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한국경제, 키를 잡아라] 2기 경제팀의 안일한 경기진단, 이래서는 안된다
2014-07-08 23:50
추경을 둘러싼 논란은 오히려 시장 불신을 키워
8월 국회 상정 어려워…하반기 이후 경제상황이 변수
8월 국회 상정 어려워…하반기 이후 경제상황이 변수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추가경정예산(추경)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우리경제가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기간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필요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전제를 내걸었지만 추경이라는 의미 하나만으로도 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다만 지난해 17조3000억원의 추경을 집행한 상황에서 올해 대규모 추경을 진행한다는 것이 국가재정건전성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추경을 할 경우 규모와 시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역대 정부에서 하반기 추경을 단행한 사례를 2005년을 제외하고 전무하다. 최경환 경제팀이 추경을 언급했지만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 한국경제, 추경 할 만큼 위기 직면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 상황이 추경까지 거론해야하는 시점이냐를 두고 찬반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경기침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성격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견해와 추경 절차와 효과가 상당기간 소요되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는 부분이 맞서고 있다.
그러나 부총리 후보자 입에서 ‘추경’이 나왔다는 점에서 한국경제가 생각보다 위기가 심각하다는 부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 상황을 방치할 경우 이중침체(더블딥)까지 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우리 경제는 세월호 참사의 부정적 영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 회복이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달 ‘경기회복세 유지’에서 ‘지체’로 선회한 것이다.
실제로 5월 전 산업 생산은 조업일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올해 들어 가장 낮은 74.7%를 기록했다.
지난해 가동된 추경 효과도 시장에서는 미미했다는 평가다. 작년 2분기 0%대 성장률에서 벗어난 것을 제외하고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17조3000억원 가운데 12조원이 세수 결손을 메우는데 사용된 것도 시장의 냉랭한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추경 때문에 경기가 반짝 회복했던 작년 2·3분기를 빼면 줄곧 1% 미만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이 정도면 경기침체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세수부족에 국채발행도 어려운데…추경 가능할까
문제는 추경을 언제 어느 정도 규모로 하느냐가 관건이다. 현 시점에서 추경을 하기에는 여러 가지 환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추경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인 셈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추경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많아질 수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회복세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추경까지 끌어들일 수는 없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의 이같은 견해는 지난해의 경우 경기가 바닥을 쳤고 국채발행이 가능했기 때문에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가능했지만 이번 추경은 국채발행 등 재정을 끌어 모으기 쉽지 않다.
특히 하반기 뚜렷한 경기 활성화 반등요인이 부족해 세수 결손 규모가 1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오면서 정부는 추경 카드를 섣불리 꺼내들 수 없는 실정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정부가 예상한 속도와 방향으로 경기의 흐름이 가는지 의문이 든다”며 “세수 환경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어 정부가 짜놓은 세입 계획이 너무 낙관적이라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 2기 경제팀의 경기진단도 1기와 다름없어
최경환 후보는 8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기획재정위원들로부터 추경에 대한 집중공세를 받았다. 추경이 정치권를 비롯한 사회전반의 관심사로 대두된 것이다.
최 후보는 위원들 질문에 “단정적으로 추경을 하겠다고 말하지는 않았다”며 “다만 현재 경제상황만 보면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고 전망이 악화될 경우 추경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최 후보의 신중한 발언은 현재의 경기진단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한다. 박근혜 정부의 2기 경제팀마저 너무 현실을 안이하게 본다는 지적이 나오게 하는 대목이다.
정부가 뒤늦게 추경의 필요성을 받아들여 추경을 단행할 경우 역대급 규모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세수 부족분이 10조원 규모라고 가정하면 추경시 17조원을 상회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최 후보는 지난해 추경 당시 “세입보전을 위한 12조원을 빼고 경기부양을 한다는 것은 턱없는 소리”라고 정부를 질타했다. 정치권과 시장의 생각보다 비교적 ‘통큰 추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엿보는 대목이다.
올해 안에 추경이 진행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장 8월 국회에 상정이 어렵고 하반기 각종 경제정책방향을 수립하기에도 빠듯하다. 2기 경제팀의 지각 입성도 추경을 수립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2기 경제팀이 추경을 하더라도 당장 올해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추경은 적어도 절차만 3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하반기에 반영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경기회복 추이를 본 후 추경 여부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럴 경우 시장은 냉담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2기 경제팀은 이제라도 정확한 경기진단을 해야 한다. 재보선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경기 회복을 위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추경을 바라보는 시장의 눈길이 매서운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