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타들어가는 캘리포니아
2014-07-06 17:58
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비와 관련된 순 한국말이 정겹다. 먼지가 살짝 날릴 정도로 조금 오는 비를 ‘먼지잼’이라고 한다. 장마가 지난간 뒤 잠시 쉬었다가 갑자기 억세게 내리는 비는 ‘개부심’이라고 하고, 안개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단 조금 가는 비를 ‘는개’라고 부른다.
많이들 알고 있는 ‘여우비’는 햇빛이 나 있는 상황에서 잠깐 내렸다가 그친 비를, 장대처럼 굵고 억세게 내리는 비는 ‘작달비’ 또는 ‘악수’라고 부른다.
이름이야 어찌됐던간에 인간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게 물이라고 한다면 비의 소중함은 더할 나위가 없다 하겠다.
지구의 온난화로 이상기후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 속에서 비의 많고 적음은 인간의 삶에 더욱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독립기념일을 하루 앞둔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수도권 지역에는 천둥 번개와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려 나무가 쓰러지고 전기가 끊겨 2만여 세대가 어둠 속에서 큰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미국은 요즘 폭우보다는 가뭄이 더 큰 걱정이다. 특히 캘리포니아주 지역은 정도가 심각하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도 가장 인구가 많고 농산물 생산 1위인 곳이지만 미 연방정부는 4일 캘리포니아주 면적 80%가 '극심한 가뭄' 상태라고 밝혔다.
또 지역 언론은 캘리포니아주에 대한 가뭄 상황을 관측한 결과 올 6월 한 달 동안 캘리포니아주 면적 80%가 '극심한 가뭄' 상태였고 '최악의 가뭄' 상태 지역은 5월에 33%에서 6월에는 36%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이미 지난 4월 캘리포니아주 전체를 심각한 가뭄 상태라고 규정했는데 이렇게 주 전체가 가뭄 상태로 판정받은 것은 15년 만이라고 한다.
미국 동부 지역은 폭우 때문에 걱정인데 서부 지역은 가뭄 때문에 고통인 것이다. 가뭄이 장기화되자 가장 고통받는 것은 바로 주민이다.
자연이 파괴되는 것은 물론 산불의 위험성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씻을 물은 물론 마실 물조차 부족한 상황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
일단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마당의 잔디밭에 뿌리는 물을 강제로 규제하기 시작했다. 마시고 씻을 물이 없는 상황에서 잔디밭 물주기는 사치라는 판단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 지역 주민도 고통스럽지만 캘리포니아주산 농산물을 먹고 사는 타지역 주민들도 또다른 형태의 고통을 받고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 농산물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오렌지와 함께 한인을 포함한 동양인들이 즐겨 먹는 쌀, 그리고 각종 야채류, 과일류의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가뭄 때문에 전국적으로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문제를 해결할 만한 뾰족한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인간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자연 앞에서 나약한 존재임을 깨닫고 후손들에게 더 건강하고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한 전 인류의 관심과 부단한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