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리위안 "화창한 날씨...모든게 박 대통령 덕"

2014-07-03 20:03
창덕궁 방문한 펑리위안 여사…'소프트 외교' 박차

[사진=문화재청 제공]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3일 오후 한국을 첫 국빈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동행한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는 한국의 전통문화체험을 하는 펑 여사의 '소프트 파워 외교'가 눈길을 끌었다.

'퍼스트레이디' 신분으로 처음 한국을 찾는 펑 여사는 이날 청와대 대정원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이 끝난 뒤 창덕궁과 남산을 둘러봤다.

펑 여사는 시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 일정을 진행하는 동안 창덕궁을 관람하고, 남산 '한국의 집'에서 김치담그기 체험을 했다. 그 이후 영빈관에서 열리는 국빈만찬 시간에 맞춰 다시 청와대로 돌아와 만찬에 참석했다.

2시간 남짓한 시간에 펑 여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창덕궁 관람과 김치담그기 체험을 통해 한중 양국의 인문, 문화 교류협력의 중요성을 직간접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펑 여사는 창덕궁에 도착해 화동 이치헌(8), 김소정(6) 양에게 꽃다발을 받고  "중국에 유학오세요"라고 화답해 눈길을 끌었다.

조윤선 정무수석과 나선화 문화재청장 등의 영접과 안내를 받은 펑 여사는 인정전과 부용지의 영화당 및 과거시험을 보는 장소였던 춘당대 등을 돌아보며 우리 궁궐 고유의 미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전 월대 앞에서는 카메라 기자들의 요청에 단독으로 포즈를 취하는 등 약 30분에 걸쳐 진행된 탐방 내내 시종 웃음과 여유 있는 모습을 선보였다.

펑 여사는 인정전 내부를 돌아보면서 "과거와 현재의 조화로운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했으며, "대장금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카트를 타고 부용지로 이동했다. 조윤선 수석이 "더울까봐 걱정했는데, 펑 여사가 오니 좋은 날씨를 주신 것 같다"고 덕담하자 펑리위안 여사는 "모든 게 박대통령의 덕"이라고 화답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펑 여사는 "정원이 참 넓어서 좋다. 맑고 아름답다"고 몇차례 언급하며 방명록에 자신의 이름과 날짜를 남겼다.

이날 펑 여사를 안내한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펑 여사에게 김용택 화가의 부용정 판화를 담은 패를 선물했다. 조윤선 수석은 조각보로 된 스카프를 선물로 건넸다. 또 한글로 된 병따개 '별'과 '꽃' 도 선물했다.

조 수석이 중국에서도 높은 인기를 끄는 우리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언급하며 시 주석은 '별', 펑 여사는 '꽃' 글자 모양의 병따개를 쓰라고 권하자 펑 여사는 또 한 차례 웃음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펑 여사가 문화예술인들과의 만남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본인 스스로 예술인 출신이고 시 주석이 중국의 문화산업 육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예상됐던 것과 달리 대중문화 쪽보다는 전통문화를 경험하는 방향으로 행사가 준비됐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펑 여사가 한국의 전통문화 체험에 관심이 많았다"며 "중국의 퍼스트레이디와 우리 국민이 문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스킨십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평 여사가 그동안 해외순방 과정에서 종종 독자적 활동을 통해 '소프트 외교' 행보를 보여왔다.

중국 언론들은 펑 여사가 지난 3월 남편 없이 홀로 중국을 찾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를 단독으로 맞이한 것을 두고 "퍼스트레이디 외교는 양국 관계의 조연이나 첨가제가 아닌 주연"이라고 치켜세웠을 정도다. 펑리위안 스타일'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또 지난해 3월에는 남편의 러시아 방문길에 동행, 라틴아메리카 3국·미국 순방,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럽순방 등에 잇따라 동행해 뛰어난 패션감각 등을 선보이며 '소프트 이미지'를 구축했다.

​특히 지난 3월 독일 방문 시에는 남편과는 별도로 한 현지 고등학교를 방문, 중국어 교습법을 소개하는가 하면 자신이 생각하는 중국의 꿈에 대해서도 설명하는 등 소프트외교에 공을 들였다.

펑 여사는 2008년 쓰촨(四川)성 대지진 재난 지역 방문, 2011년 세계보건기구의 후천성면역결핍증-결핵 예방 친선대사 활동, 2012년부터 빌게이츠와의 금연광고 촬영 등 그는 공익·자선사업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왔다.

지난 3월엔 여성 교육 증진을 위한 유네스코(UNESCOㆍ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 특사로 임명됐다. 펑 여사는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2014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명 가운데 57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그림자 내조형'이던 기존의 중국의 퍼스트 레이디와는 달리 세련된 패션감각과 국제적인 매너로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며 중국 ‘영부인 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이날 펑 여사가 체험한 '김치담그기'를 통해 중국에서도 '김치담그기'가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2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직접 담근 김치가 백악관 요리 블로그에 소개되면서 미국내 브로거들 사이에선 그의 '김치사랑'이 큰 관심을 보였다.

당시 백악관의 요리 관련 블로그인 '오바마푸도라마(Obama Foodorama)'에는 오바마 여사가 담근 김치가 든 유리병이 선반에 나란히 진열돼 있는 사진이 올라오는 등 김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와 만드는 법까지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