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산건설 이어 성원건설마저…법정관리 실효성 의문

2014-06-30 17:40
업계, 개선실적공사비 폐지 등 요구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벽산건설 파산 3개월만에 성원건설이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중견·중소 건설사 위기설이 다시 확산될 조짐이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진행 중인 건설사들이 계속된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잇따라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고 있어서다.

건설사의 도미노 위기에 대한 우려는 건설 경기 침체와 맞물려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대부분 구조조정 건설사의 경영여건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어 회생 방법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구조조정의 최종 단계인 업계 인수합병(M&A)도 요원한 상황이다.

30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시공능력평가순위 100위 내 건설사 중 법정관리·워크아웃 중인 곳은 17개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8곳이 줄어든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구조조정 중인 건설사가 줄었기 때문이 아니라 시공순위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어서다.

성원건설도 2010년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인 2009년만 해도 시공순위 58위에 올랐지만 이후 100위 밖으로 밀렸다. 지난 4월 파산한 벽산건설(35위)도 시공순위에서 사라졌다. 법정관리 중인 신일건업과 범양건영은 2012년 각각 83위, 84위에서 116위, 110위까지 내려갔다.

구조조정 건설사의 사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신뢰도를 기반으로 하는 건설업의 특성상 사업 자체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발주처로부터 신규 공사를 따내기 힘든데다가 공사비 체불을 우려한 협력업체의 공사 기피로 기존 공사도 차질을 빚게 된다. 여기에 채권단의 자산매각과 인력유출로 기반마저 흔들리게 된다는 말이다.

구조조정 중인 회사의 자력 구제가 쉽지 않다보니 새로운 주인을 찾기 위한 M&A가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업황이 가라앉아 이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

남광토건의 경우 최근 M&A 본입찰을 실시했지만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각이 무산됐다. 동양건설산업은 지난해 노웨이트 컨소시엄의 인수작업이 무산된 이후 두 차례에 걸쳐 M&A를 재추진했지만 인수자를 찾는 데 실패했다.

이의섭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 경기가 좋았다면 매물로 나오지도 않았겠지만, 주택시장 침체 등 건설 경기가 전반적으로 나쁘기 때문에 M&A 시장에서도 매력이 없다”며 “법정관리 과정에서 우수 인력은 대부분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고 실적만 보고 인수하기에는 건설 업종의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제2, 제3의 벽산건설이 나올 것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벽산건설 파산 이후 불과 3개월여만에 성원건설이 쓰러지면서 업계 회복을 위한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그동안 건설업계는 심화되는 위기 해소를 위해 비정상적인 입찰제도를 개선해 줄 것을 꾸준히 건의해왔다.

업계가 가장 우선으로 꼽는 부분은 최저가 낙찰제와 실적공사비의 폐지다. 이중 300억원 이상 공공공사 발주 시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를 뽑는 최저가 낙찰제는 종합심사낙찰제라는 대안이 제시된 상황이다. 공공공사 예정가격 산정 기준 중 하나인 실적공사비는 실제 공사가격이 아닌 계약단가를 활용해 공사비 하락을 가져온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공사비 부족은 저가·불법하도급과 건설근로자 등 사회취약계층 생활기반 악화로 이어진다”며 “실적공사비를 유지하는 한 건설산업은 정상화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