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회삿돈 131억원 규모의 배임·횡령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이석채(69) 전 KT 회장이 "경영상 판단에 따른 적법 투자였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용관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이 전 회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은 사적인 이득을 취할 의도가 없었고 법에 따라서 투자를 한 것 뿐이라며 이같이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KT는 시대적 변화 속에서 전통적 통신사업이 위기를 맞자 통신·IT·유통 등 새로운 분야로 진출을 모색하기 위해 벤처회사에 투자한 것"이라며 "적법 절차로 투자를 했고 배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이 전 회장은 임직원에게 지급되는 역할급을 회장 비서실로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하는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경조사비 등 회사를 위해 사용했다"고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검찰 수사 시기와 이 전 회장의 사퇴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며 "피고인과 주변인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가 이루어졌고 온갖 억측이 난무했지만 결국 현금성 경비 횡령과 배임만 남았다"고 이 전 회장의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검찰 수사 시기와 이 전 회장의 사퇴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며 "피고인과 주변인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가 이루어졌고 온갖 억측이 난무했지만 결국 현금성 경비 횡령과 배임만 남았다"고 이 전 회장의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에 "용도를 특정하지 않은 채 이 전 회장이 봉투를 만들어 가져간 내용이 있다. 주식 평가를 위해 회계사들에 넘겨진 데이터 자체가 부풀려져 있기도 했다"며 "공판에서 관련 증거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8월∼2012년 6월 콘텐츠 사업회사 ㈜OIC랭귀지비주얼(현 ㈜KT OIC) 등 3개 업체의 주식을 비싸게 사들여 회사에 103억5천만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09년 1월∼2013년 9월 회사 임원들에게 역할급 명목으로 27억5천만원을 지급한 뒤 일부를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중 11억7천만원을 경조사비 등 사적 용도로 쓴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내달 24일 오전 10시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어 양측의 입증 계획 등을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