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플랫폼 왕국 야망 드러내… '썸타는' 삼성?

2014-06-26 16:50

[사진=각사]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구글이 OS(운영체제) 플랫폼 왕국의 영토를 키우려는 야망을 드러냈다. 모바일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TV, 자동차, 웨어러블까지 손을 뻗치고 나선 것이다.

구글로부터 벗어나 OS 독립국을 건설 중인 삼성은 구글과 멀어질 듯하면서도 가까운 듯한 오묘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 애플 넉다운시킨, MS 플랫폼 전략 데자뷰

구글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에서 ‘구글 I/O 2014’ 개발자 회의를 열고, 스마트TV용 ‘안드로이드 TV’, 자동차용 ‘안드로이드 오토’, 웨어러블용 ‘안드로이드 웨어’ 등 새로운 OS 플랫폼을 쏟아냈다.

이는 안드로이드 OS로 모든 사물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을 겨냥한 것이다. 모바일 OS 점유율 70%를 상회하는 구글은 차세대 사물인터넷 시장에서도 플랫폼 왕좌를 가져가려는 야심이 엿보인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수준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자체 OS 타이젠 플랫폼 영역을 개척하고 있어 앞으로 구글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구글은 필립스, 소니, 샤프와 손잡고 안드로이드 TV를 탑재한 제품을 올 가을쯤 선보일 예정이다. 안드로이드 TV는 스마트폰 앱과 연동한 게임 및 콘텐츠 기능을 지원하고 구글 보이스 검색도 가능하다. 지난 2010년 소니, LG전자와 시도했던 구글TV의 시원찮았던 시장 반응을 만회할지 주목된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자동차 대쉬보드에서 구글 맵이나 구글 뮤직 등의 기능을 구현해준다. 애플의 카플레이처럼 음성인식과 검색 기능도 갖췄다. 이 플랫폼은 올해 말까지 어큐라, 포드, BMW, 폭스바겐, 혼다의 차량에 탑재된다. 국내 LG전자나 현대·기아차도 개발에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애플은 자사 PC와 맥킨토시 패키지를 고집하다 다수 PC 제조사에 MS-DOS OS 판매권을 개방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플랫폼 전략에 밀렸었다. 구글도 이처럼 플랫폼 생태계를 확장해 관련 산업을 주도한다는 복안이다.

시장 전문가는 “플랫폼 주도권에서 밀리면 플랫폼 기업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며 “구글은 OS를 무료로 하고 관련 소스코드를 공개하는 등 오픈 모델을 강점으로 플랫폼 생태계를 확장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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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구글,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애플의 맥 사례는 산업계의 반면교사가 됐다. 때문에 삼성도 타이젠을 필두로 탈 안드로이드 노선을 확장해왔다. 올들어 타이젠 웨어러블 ‘삼성기어2’ 출시, 갤럭시기어의 타이젠 업데이트, 이달 초 첫 타이젠 스마트폰 ‘삼성Z’ 공개까지 차근차근 진행됐다.

이 가운데 구글이 안드로이드 웨어를 개발해 LG전자와 손잡고 웨어러블 시장에 진출하면서 삼성과 구글간 OS 대결이 새삼 주목받기도 했다.

그런데 I/O날 반전이 있었다. 삼성전자 역시 안드로이드 웨어 ‘기어 라이브’를 공개, LG전자 G워치의 ‘최초 안드로이드 웨어’ 타이틀을 희석시켰다.

그동안에도 삼성과 구글 양사는 각각 OS 바다를 개발하고 모토로라를 인수했다가 특허 동맹을 맺는 뒤 다시 모토로라를 되파는 등 양사간 관계 변화에 대한 갖가지 추측을 낳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애플이 각각 선도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장을 서로간 침범해 가고 있음에도 애플 등 다른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해 아직은 동맹이 필요하다는 이해타산적 합의가 깔려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