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지방선거·개각…상반기 경제정책 표류
2014-06-26 08:30
내수 활성화·규제완화·서비스 대책 줄줄이 지연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한국 경제 정책 당국이 상반기 중 절반 이상의 시간을 사실상 성과없이 흘려보냈다. 세월호 참사와 6·4 지방선거, 국무총리 인사 파문에 따른 개각 지연 때문이다.
극심한 내수 부진과 주요 교역국의 경제 여건 악화 등으로 위기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내부적인 악재에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정책 추동력 상실 국면이 내달 중순께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70여일 간 주요 경제 정책이 추동력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말 경제정책 방향에서 단기 및 중기 과제로 체감 경기 개선을 위한 내수 활성화 방안을 제 1과제로 내세웠지만 이렇다 할 대책이나 성과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 여건 개선 차원에서 추진됐던 △사교육비 경감 대책 △주택연금 공급 확충 대책 △잠자는 돈 활용 방안 △중산층 기반 강화 방안 △자영업 경쟁력 강화 대책 등은 상반기에 결국 빛을 보지 못하고 2기 경제팀에게 넘겨졌다.
세월호 참사로 가뜩이나 부진했던 내수가 2분기에는 더욱 침체되고 있지만 정부는 관련 산업과 지역에 대한 미시 대응책만 제시했을 뿐 광범위한 대응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4월 전체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5% 감소한데 이어 5월에도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나름의 해결책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안종범 경제수석 등 2기 경제팀 출범지연으로 이마저도 내달 중순께로 밀린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정부는 하반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6월말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해 왔다. 하반기가 이미 시작돼 버린 7월에 발표한 것은 2008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세입자 부담을 줄이고 주택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로 내놓은 주택임대차 선진화 대책은 2차례에 걸친 수정에도 전세 과세 등 부분에 대해 여전히 당정 간 이견 조율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이다.
최 후보자의 발언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담보대출인정비율(LTV) 규제 완화 기대감이 형성돼 있지만 현실화 시기와 방안도 불투명하다.
규제 완화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공기업 개혁 등 과제도 추동력이 상실되거나 정책 실행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세제와 금융, 재정 등 측면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차별을 철폐하고 보건·의료와 교육, 관광, 금융, 소프트웨어 등 5대 유망 서비스 분야를 육성하는 대책도 당초 이달 중 발표를 목표로 작업해왔지만 2기 경제팀 출범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대통령 일정과 경제정책방향 등과의 우선순위 등을 감안하면 서비스 대책이 발표되는 무역투자진흥회의는 빨라야 7월 중순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자는 차원에서 준비되던 규제 완화 논의도 세월호 참사 여파로 상당 부분 동력을 상실한 상황이다. 특히 안전 관련 규제는 오히려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측면에서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할 규제 완화 분야와 국민 안전 차원에서 강화해야 할 규제를 교통 정리해줘야 하는데 이 역시 2기 경제팀 출범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역시 마찬가지다.
당초 4월 중순으로 예정됐던 박근혜 대통령 주재 공공기관장 워크숍은 5월 말이 돼서야 진행됐고, 당초 3월 중으로 계획된 해외자원개발 및 정보화, 중소기업, 고용복지 등 4대 분야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세월호 참사 여파로 경제 정책을 비롯해 모든 분야가 꽁꽁 얼어붙어 있다고 느낀다"면서 "최경환 후보자를 비롯해 2기 경제팀을 하루빨리 안착시켜 강력한 정책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