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홍성환 기자 = 공인인증서 의무화 폐지가 한 달이 넘었다. 하지만 온라인쇼핑몰에서 30만원 이상 결제할 때는 여전히 인증서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금융당국이 정책을 마련, 갑작스럽게 시행했지만 카드사들이 대체 인증 시스템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카드사와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PG) 간의 유착관계가 새로운 인증수단 개발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마켓·11번가·옥션 등 국내 주요 온라인쇼핑몰에서 30만원 이상 결제하려면 공인인증서가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금융당국은 온라인 카드 결제시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을 폐지하는 '전자금융감독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해 시행에 들어간 바 있다.

다만 공인인증서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 의무를 면제한 것으로 카드사와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PG)들이 공인인증서 사용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했다.

문제는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대체 인증수단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자 온라인쇼핑몰 역시 이전처럼 공인인증서를 쓸 수밖에 없다는 상황이다.

오랫동안 이어졌던 공인인증서 폐지 논의가 대통령의 발언으로 바로 해결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단순히 보여주기식 규제 풀기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관계자는 "카드결제 관련 부분은 카드사에서 대책을 내놓지 않는 이상 온라인쇼핑몰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카드사들이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야만 그것에 맞춰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당초 결제 절차가 간소화될 것으로 기대했던 소비자들도 실망이 크다.

직장인 배씨는 "공인인증서가 없어진다고 해서 결제 단계가 줄어들 줄 알았는데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면서 "아마존을 통해 해외 직접구매를 하면 세 번만 클릭하면 되는데 국내 온라인쇼핑몰들은 왜 그렇게 못하는 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카드사와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 사이의 이권 문제가 대체 인증수단 개발을 막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다른 온라인몰 관계자는 "카드사와 결제대행업자들간의 이권 문제로 인해 새로운 시스템 개발에 나지서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기존 공인인증서를 유지할 경우 특별한 투자 없이도 수수료를 계속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는 이상 인증서 사용이 계속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현재 상태로는 공인인증서가 가장 안전한 수단이고, 이외의 대체 수단들은 이미 시중에 활용되던 것들이기 때문에 새로운 보안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며 "게다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보안책은 정부 차원에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우선적으로 나서서 개발하기에도 리스크가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