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부실기업 대출' 은행에만 책임전가 논란…회계법인 감독책임 '역풍'

2014-06-24 15:17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금융감독원이 STX 부실대출 혐의로 산업은행 제재를 검토중인 사실이 전해지자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부실기업 회계법인에 대한 감독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은행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 초에도 금감원은 쌍용자동차의 회계법인에 대한 부실 감독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STX에 대한 산은의 자금지원을 부실 대출로 판단하고, 다음 달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산은에 징계를 내린다는 방침이다.

강덕수 전 STX 회장은 2841억원 배임과 557억원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STX조선해양을 통한 2조3264억원 상당의 분식회계와 이를 이용해 9000억원의 사기성 대출을 받고, 1조75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한 혐의도 있다. 결국 금감원은 분식회계를 한 STX에 대해 산업은행이 대출 심사를 소홀히 했다는 점을 문제 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계법인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은 금감원에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에 대한 감사보고서는 회계법인이 낸 의견이며, 회계법인에 대한 감독 책임은 금감원에 있다. 따라서 분식회계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대출을 실행한 책임에 있어서 금감원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이달 초 강 전 회장 및 STX의 분식회계 혐의가 제기되자 STX조선해양과 삼정회계법인에 대한 회계감리에 착수했다. 이를 두고 회계법인에 대한 금감원의 '늑장 감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올 초에는 금감원이 쌍용차 회계부정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금감원이 쌍용차와 회계법인의 회계부정을 눈감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당시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은 "금감원 회계사 대부분이 4대 회계법인 출신인 점에서 회계부정에 연루된 의혹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늘 은행을 상대로 기업에 자금을 지원할 것을 압박하면서도 정작 기업에 부실 등 문제가 불거지면 자금을 지원한 은행에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STX의 문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지 못하고 대출을 실행한 산업은행에도 잘못이 있겠지만, 금감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양그룹을 비롯한 부실 기업들이 회사채 등을 발행하거나 회계부정을 저지를 당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사후 처리에만 급급했던 감독당국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해 6월과 8월 산은에 대해 검사를 실시했지만, 1년이 된 지금까지 검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채 최근 추가 검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금감원이 지나치게 시장 상황이나 여론 추이 등을 지켜보면서 검사 결과 공개 여부 및 시기를 조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