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국내외 ‘리콜’ 대응 온도차

2014-06-23 17:45

[표=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최근 자동차 업계가 국내외에서 잇따라 대규모 리콜 사태를 맞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톱5’인 현대‧기아차가 국내외 리콜 대응에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총 12건, 330만대를 리콜하며 도요타(530만대)와 크라이슬러(467만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대수의 리콜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현대‧기아차는 올 들어 5월말 현재 2건, 15만대의 리콜로 전년 대비 95% 급감했다.

브랜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순간에 신속한 리콜과 생산네트워크 통합관리 등을 시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었다.

덕분에 현대·기아차는 올해 미국에서 승용차 수출을 크게 늘렸는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미국 자동차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지난해 7.8%에서 올해 10.2%로 상승했다고 전했다.

해외시장에서 발 빠른 대응으로 호평을 받은 현대‧기아차가 국내시장에서는 최대 리콜업체의 멍에를 벗지 못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 결함신고센터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93만대에 이어 올 1~5월 배출가스 부품‧에어백 결함으로 30만대의 자동차를 리콜하며 가장 많은 리콜 대수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전체 리콜 차량 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경우 지난해(총 104만대) 89.4%에서 올해(51만대) 58.8%로 상당 수준 낮아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70% 내외에 이르는 사실상 시장 지배업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해도 품질 제일주의를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현대·기아차는 감사원으로부터 국내 리콜 시정률이 저조하다며 경고를 받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012년 엑센트 950대에 대해 전기합선으로 인한 화재 발생 가능성으로 리콜을 시작했지만 실제 완료한 차량은 235대(25%)에 그쳤다. 같은 해 10월 브레이크 성능저하 가능성으로 리콜을 실시한 제네시스 역시 전체 9100대 가운데 2391대(26%)만이 리콜을 받았다. 대상 승용차 소유주에게 리콜에 대한 우편 통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게 원인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트렁크에 물이 차 논란이 된 신형 싼타페 등이 지금도 해결이 안 된 가운데, 최근에는 2000년 12월 1일부터 2003년 1월 27일까지 생산된 구형 싼타페 13만여대 차종에서 부품이 심각하게 부식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현상이 발견돼 한국소비자원의 권고로 최근 리콜을 실시했다.

소비자들은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와 달리 국내시장 고객들에게는 차량의 결함에 대해 솔직히 시인하지 않고, 숨기려고 한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현대·기아차측은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으며, 생산과정의 개선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현대‧기아차의 리콜 대응이 국내와 해외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미국과 우리나라간 관련법규의 차이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 소비자보호법 시행규칙보다 엄격하다. 보통 차량구매 후 18~24개월 기간을 정해 놓고 수리 횟수와 일시 등을 명시해 기준을 초과하면 차량을 무조건 새것으로 교체해주도록 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관련 법규가 미국보다 허술하다. 무상수리 기간도 새 차 구매 후 1년으로 미국보다 짧고, 교환항목도 동력전달계통과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범위로 한정 돼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서는 법에서 정한 것 이상으로 무리해서 교환이나 수리를 해주면서 수익을 감축시킬 이유가 없다”면서도 “품질제고, 안정성 강화, 리콜에 적극적인 자세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어야한다. 더불어 국내 리콜관련 법규도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