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괜찮냐' 성낙경 "불편한 연극? 대학로에 필요한 연극"

2014-06-23 14:41

[사진제공=성낙경]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로맨틱 코미디물로 가득한 대학로 연극에서 1인다역으로 출연하는 배우를 보면 주로 극의 감초 역할을 소화하는 데 그친다. 극의 활력을 불어넣고 관객들을 웃기고는 그 자리를 주연배우에게 넘기는 것이다. 하지만 연극 '괜찮냐' 속 성낙경(38)은 조금 다르다. 보건소 의사 강선생과 면사무소 직원 역을 동시에 맡고 있지만 관객은 그가 동일인물이라는 생각을 쉽사리 갖지 못한다. 그만큼 캐릭터를 정확하게 분리해 전혀 다른 사람으로 표현했으며 연기 속에는 진지함이 묻어나 있다.

최근 서울 충정로 아주경제 본사에서 만난 성낙경은 '괜찮냐'의 두 인물과는 또 다른 사람이었다. 오히려 어떻게 이런 연기를 했을까 싶을 정도로 순박하고 순수했다.

1인2역 연기가 인상적이었다는 첫 마디에 성낙경은 쑥스러운 듯 웃어 보였다. 전혀 다른 캐릭터로 보이기 위해 끝없이 연습했단다. "극적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두 캐릭터의 성격이 명확해야 했어요. 면사무소 직원은 노총각인데 한 번도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 못한 인물이죠. 강의사는 서울에서 좌천되어 시골로 온 의사고요, 권력의 상징이자 사람이 갖고 있는 이중성을 보여주려고 신경 썼습니다".

작품의 여주인공인 숙은 농촌에 거주하는 동남아 이주 여성이다. 과거 커다란 화재로 인해 남편과 아이를 잃었을 뿐 아니라 시력까지 잃어버린 기구한 운명의 여성이다. 하지만 숙은 자신을 성매매시키는 장씨와 도구로 이용하는 남자들 사이에서 건조하고 피폐한 일상을 이어간다.

조금은 어둡고, 그래서 더 불편할 수 있는 소재였다. 마음 깊은 속에 있는 본성이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배우들 역시 인간 내면에 숨어있는 치부를 연기로 드러내야 하기에 만만치 않았다. 성낙경은 "관객들이 연극을 어떻게 볼지 걱정이 많았다. 충분히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소재니까. 하지만 오히려 공연을 보면서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을 보니 내가 나쁘지 않은 연기를 하는 것 같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제공=성낙경]


최근 대학로에는 가벼운 소재의 로코가 자리 잡고 있다. 남녀의 사랑 이야기, 웃음 가득한 이야기는 상업적으로는 성공할지 몰라도 관객과 배우에게는 갈증을 느끼게 했다. 그 역시 연극 '라이어' '그남자 그여자' 등 상업 연극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연기가 정체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앞선 작품은 본인의 연기가 단순히 쓰이고 만다는 생각에 큰 고민 없이 '괜찮아'를 선택했다.

"처음 대본을 읽어봤을 때 솔직히 내용이 너무 세더라고요, 불편한 이야기가 많이 있었으니까요. 생긴 건 이래도 마음은 여리거든요, 하하. 나 자신이 치부를 드러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작품을 선택하는 데는 큰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작품도 대학로에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요즘 대학로에는 오락 연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요, 편하게 볼 수 있는 연극이 많이 올라가죠. 하지만 인간의 본성도 알아야 해요. 앞으로도 작품성 있는 좋은 작품이 있다면 마다치 않을 겁니다."

1992년 처음 연극 '동의보감'으로 데뷔한 그는 22년이 지난 지금까지 쉼 없이 달리고 있다. 늘 연기에 대한 목마름으로 변신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맡은 역할에 대해서는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하는 그였다.

"연극 '라이어'에서 게이 역할을 맡았는데 이태원에서 보름을 살다시피 했어요. 성향과 눈빛, 풍기는 분위기를 나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남자 그여자'에서는 1인15역을 맡았죠. 기능적으로 쓰이다 보니 캐릭터 분리를 위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주어지는 역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늘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신경 써요. 내 안의 있는 정서와 내적인 마음으로 인물을 표현하거든요."

성낙경은 "영화나 방송에서 악역이나 센 역할로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따뜻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눈시울을 붉히며 어머니에 대한 정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그대로 나타났다. "아직도 엄마에 대한 갈증이 있다.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가 있다면 아들 역할을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하루 빨리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