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고괴담' 시리즈를 비롯해 '장화, 홍련' '불신지옥' '가위' '무서운 이야기' '곤지암' 등에 이르기까지. 공포 영화는 신인 배우의 탄생을 알리는 '등용문'이라 불렸다. 공포 영화 감독들은 언제나 새롭고 신선한 인물에 주목해왔고 최강희, 박예진, 하지원, 박한별, 김옥빈 등 스타들을 발굴하고 강렬하게 소개했다.

아주경제는 스타 등용문이라 불리는 공포 영화 '최면'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 배우 조현과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룹 베리굿으로 데뷔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조현은 이 영화를 통해 호러 퀸 반열에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 

영화 '최면'은 최면 체험을 하게 된 도현(이다윗 분)이 섬뜩한 잔상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도현과 친구들은 최면 치료 이후 미스터리한 일을 겪으며, 잊고 지냈던 잔혹한 사건과 실체에 다가간다.

"시나리오를 읽고 소재가 정말 신선하고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니라 미스터리하면서 스릴러도 가미돼있는 것처럼 느껴졌죠. '최면'도, 현정 역도 너무 욕심이 나서 최재훈 감독님께 적극적으로 제 뜻을 전달했어요."

조현은 첫 주연작인 '최면'에 큰 애정을 품고 있었다. 공포 영화 마니아라는 그는 참신하고 신선한 '최면'에 단숨에 매료되었고,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열망에 빠졌다.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을 찾아갔어요. (캐릭터를 맡고 싶다는) 열정을 드러냈고 감독님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감독님, 동료들과 시나리오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작품의 정서나 캐릭터를 만들어갔죠."
현정은 인기 아이돌 멤버다. 대학 동기들의 시기, 질투를 받는 그는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굴고 있지만 내면은 이미 상처투성이. 도현은 현정을 위해 최면 치료를 권하지만, 오히려 최면 치료 이후 더 큰 불안감에 빠진다.

"저도 아이돌 그룹이다 보니 현정이 느끼는 감정들을 공감할 수 있었어요. 보이는 게 화려한 직업이다 보니 시기, 질투를 받기도 하거든요. 또 현정이 (집단 따돌림을 당함에도 불구) 당차게 헤쳐나가는 모습도 저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업적인 면이나 성격적인 부분에서 저와 닮은 구석이 있어요."

그는 현정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최재훈 감독과 대화를 거듭했다. 현정은 사건의 중요한 단서이자 극의 흐름을 뒤집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불안감을 느끼고 최면 치료를 받기까지의 과정과 최면 치료 이후 히스테릭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좀 더 매끄럽게 연결해야 하고, 분위기도 단번에 전환해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었다.

"현정이 느끼는 불안감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기승전결을 보여주듯 서서히 단계를 나누었죠. 현정이 왜 불안감을 느끼는지, 어떤 불안감인지 항상 고민하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최재훈 감독과 깊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 인상 깊게 본 공포 영화를 공유하기도 했다. 그는 영화 '미드소마'의 대니(플로렌스 퓨)를 보며 현정이 느끼는 심리적 불안과 히스테리를 익히고자 했다.

"소재적으로나 표현적으로 특이한 영화를 추천해주셨어요. 그 중 현정 역의 레퍼런스로 삼은 건 영화 '미드소마'의 대니였어요. 귀신이 튀어나오거나 깜짝 놀랄 만한 상황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오는 긴장감으로 공포를 느낄 수 있다니. 영화를 보고 나서 시나리오를 다시 읽었어요. '이 신에서는 이런 표현을 하시려는 거구나!' 짐작할 수 있었죠."

연습실에서 무용 연습을 하던 현정이 섬뜩한 환상을 보고 공포를 느끼는 장면은 시사회 이후 회자되던 장면 중 하나. 조현 역시 해당 장면에 큰 공을 들였다고 털어놨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그 장면을 위해서 몇 달간 연습했어요. 현정의 감정을 몸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안무를) 만들고 연습했죠.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무릎이 까맣게 멍들었었죠."

영화에 진심이었던 건 조현뿐만이 아니었다. 발레를 전공한 그의 어머니도 해당 장면을 위해 오랜 시간 함께 고민하고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

"어머니가 직접 회사 연습실까지 찾아오셨어요. 어머니가 발레를 전공하셔서 몸으로 표현하고 호흡하는 방법을 알려주셨죠."
현정은 사건의 중심이자 분위기를 전환하는 히든카드다. 강렬한 활약에 비해 빠르게 퇴장, 팬들에겐 조금 아쉽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너무 빨리 죽죠? 하하하. 저도 아쉽게 생각해요. 감독님께 '조금만 더 살려주세요'라고 조르기도 했어요. 감독님은 '네가 중요한 포인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고 달래주셨죠."

조현은 지난 2014년 싱글 앨범 '러브레터'로 데뷔, 벌써 데뷔 7년 차가 됐다. 가수로서는 '중견'에 속하지만, 연기자로서는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고 봐도 무방하다.

"배우로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빈칸을 채워가는 게 앞으로의 목표에요. 아이돌 활동을 꾸준히 했는데 연기와는 또 다르더라고요.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가수로서도 배우로서도 저만의 색깔을 만들려고 해요. 가수도, 배우도 포기하지 않고 할 생각입니다."

아이돌 출신 배우에 관한 편견에 관해서도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런 편견이 아쉽게 느껴지진 않아요. 제가 열심히 노력해서 바꾸어놓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돌 활동도 즐겁고 행복하게 해왔고, 제게는 소중한 부분이에요. 그건 그것대로 지키면서 연기자 조현으로서의 자리도 마련하고 싶어요. 계속해서 꾸준히 노력하고, 역할을 잘 해내면 대중도 인정해주지 않을까요?"
 
인터뷰를 진행하며 느낀 건 그가 웬만한 바람에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가 단단한 멘털을 가질 수 있었던 건 꾸준한 운동 덕이라고. 조현은 어린 시절부터 쇼트트랙, 승마, 수영 등을 배우며 체력과 지구력, 인내력을 길렀다고 말했다.

"육체적으로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도 강인해지는 것 같아요. 운동을 해서 그런지 경쟁심도 강하고 열정도 남다르죠. 연기할 때 도움이 됐어요. 체력도 좋으니 끈기나 지구력도 생겼고요. 한자리에 앉아 몇 시간씩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놓친 부분을 검토하는데…이런 끈기가 어디에서 나오겠어요! 하하하. 여러분도 쉬는 시간 틈틈이 운동하셨으면 좋겠어요. 아마 많은 부분에서 큰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영화 '최면'을 찍으며 그룹 씨스타 출신 배우 다솜에게도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평소 조언을 아끼지 않고 함께 연기적인 고민을 나누곤 한다고.

"평소에도 가까운 사이지만 '최면'을 하면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현정이라는 캐릭터에 관해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언니의 추천으로 철학책을 읽으며 내면적으로 파고드는 방법을 익혔죠. 사실 제가 남들에게 관심이 없는 편인데, 연기를 시작하면서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법을 익히게 됐어요."

이제 조금씩 연기의 재미를 알아간다는 그는 다양한 장르로 관객을 만나고 싶다며 웃었다.

"앞으로는 작품 속에 제가 아닌 캐릭터가 보일 수 있기를 바라요. 최대한 시간을 투자해 연기에 매진하려고 합니다. 연기자로서 깊이 고뇌해 캐릭터로 믿어지게끔 노력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