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입자 성질 가진 빛 사이 ‘양자 얽힘’ 구현…양자컴퓨터 개발 실마리

2014-06-23 08:12
한국·이태리 공동 연구팀 성과

[정현석 교수]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한국과 이탈리아의 공동연구진이 파동과 입자 성질을 가진 빛 사이의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을 만들어냈다. 양자 얽힘이란 물리적으로 완전히 분리된 두 물질이 상호작용하는 현상을 뜻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정현석 교수와 이탈리아 광학연구소 마르코 벨리니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이 이러한 연구 성과를 냈다고 23일 밝혔다.

양자 물리학에 기반한 미래형 초고속 컴퓨터인 ‘양자컴퓨터’ 개발의 돌파구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물리적 성질이 다른 빛의 얽힘은 양자컴퓨터 구현의 핵심으로 파동 빛은 빠른 속도의 연산이 가능하지만 전송 능력이 떨어지고, 입자 빛은 연산에서 잦은 오류를 발생시키는 반면에 전송 능력은 매우 뛰어나다.

하지만 두 빛은 성질이 너무 달라 얽힘을 구현해내기가 쉽지 않았다. 과거에도 둘의 약한 상호작용을 이뤄낸 연구 성과가 일부 있었지만 얽힘까지는 가지 못했다.

이에 연구팀은 양자물리학의 기본 원리인 ‘양자 중첩의 원리’(하나의 물질이 동시에 둘 이상의 형태로 둘 이상의 위치에 존재하는 현상)를 이용해 두 빛 사이의 직접적인 상호작용 없이 얽힘을 만들어냈다.

초고속 연산과 효율적 전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가능성을 확인함으로써 양자컴퓨터 개발의 실마리를 마련한 것이다.

1과 0의 2진법 비트로 정보를 저장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양자컴퓨터는 ‘큐비트’라 불리는 양자비트 하나로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표시해 엄청난 속도의 계산능력을 발휘한다. 암호해독처럼 방대한 양의 자료를 고속으로 처리해야 하는 업무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정현석 교수는 “성질이 다른 두 물리계의 얽힘을 빛의 상태로 구현함으로써 빛을 이용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데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구팀은 양자컴퓨터 개발을 위한 중간 단계로 입자 빛에 담긴 정보를 파동 빛으로 순간 이동시키는 연구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이날 광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 온라인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