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세계유산 등재] 인조가 한양 도성버리고 장기농성한 왕궁

2014-06-22 18:38

남한산성행궁.[사진=문화재청 제공]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 "17세기 초 비상시 임시 수도로서 당시 일본과 중국의 산성 건축 기술을 반영하고 서양식 무기 도입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군사 방어 기술을 종합적으로 집대성하고 있다"

22일 세계유산에 등재된 남한산성이 심사과정에서 받은 최고 평가내용이다. 특히 세계유산위는 나아가 7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는 축성술의 시대별 발달 단계와 무기체제의 변화상을 잘 나타내며, 지금까지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어 살아있는 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결정했다.

남한산성은 그 자체 독특성을 지니면서도 세계사, 특히 당시 동아시아 사회와 교류한 흔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한산성은 언제 어떻게 지어졌을까.
 

인조(1624)때 지은 남한산성 남옹성인근성벽[사진=문화재청제공]


◆남한산성=1963년 1월 1일 사적 제57호로 지정됐다. 신라 문무왕 13년(673)에 한산주에 주장성(晝長城)을 쌓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것이 지금의 남한산성으로 알려지고 있다.병자호란 당시 삼전도 굴욕이라는 참극을 빚기는 했지만 남한산성은 '비상시 산성도시'라는 점을 앞세워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가 향유하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이다.

 인조 2년(1624) 후금의 위협이 고조되고 이괄의 난을 겪으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중 인조가 한양 도성을 버리고 피신해 장기 농성한 왕궁으로 유명하다.  이번 등재 심사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차별화를 위해 '비상시의 왕궁(emergency palace)'이라는 집중 부각시켰다. 산성이기는 하지만 엄연한 왕궁이며 더욱이 이런 왕궁이 병자호란이라는 비상시국에서 경영된 사실을 내세웠다.

 임진왜란(1592~1598)과 정묘호란(1627)·병자호란(1637)을 거치면서 국가 유사시에 왕실과 조정의 보장처로 방어력을 갖춘 임시수도의 필요성을 절감함에 따라 등장한 산성도시였다. 새로운 화포와 무기에 효과적으로 대항하고 장기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성곽을 증·개축하고, 다양한 중국의 방어전술을 응용해 방어시설을 구축했다.

 남한산성의 원류를 찾아가면 나당전쟁 거점 중 한 곳인 통일신라시대 주장성(672년)에 닿는다. 실제 남한산성에서는 주장성 흔적이 발굴결과 드러났다. 1624년 인조 때는 전통적인 퇴물림 방식에 따라 정방형과 장방형 돌을 20단 이상 쌓아 옆에서 보면 하단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직선에서 뒤로 굽어지는 굽도리 방식의 형태의 남한산성으로 탈바꿈한다. 화포 공격에 대비해 하단에는 대형 석재와 암반을 사용해 성벽의 지지력을 높여 화포 공격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설계한 것이다.

 18세기 영조와 정조 때는 석재 중간에 작은 돌을 끼워 넣어 성벽의 지지력을 더욱 높인다. 성벽과 옹성에는 불랑기 등의 화포를 쏠 수 있도록 포좌를 만들고 옆에 화약고를 만든 포대를 건설했다. 또한 여장을 만들면서 마사토와 강회, 동유를 섞은 모르타르와 전돌을 함께 사용해 구조적인 지지력을 높였고, 근총안과 원총안을 만들어 적에게 사격을 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변모에 따라 남한산성은 성벽이 시기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인조 초에 축성한 원래 성, 병자호란 이후에 만든 3개 외성, 그리고 5개 옹성과 방어시설 등은 축성술이 변모한 흔적을 고스란히 반영한 화석과 같은 유산인 셈이다.

 남한산성은 수어장대와 숭렬전, 청량당, 현절사, 침괘정, 연무관, 망월사지, 개원사지, 지수당, 장경사 등의 기념물이 포진해있다.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경기도는 행궁을 복원했다. 경기도는 산성 내 러브호텔을 철거했는가 하면, 무분별한 식당가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수어장대[사진-=문화재청제공]


등재 심사=남한산성은 세계유산 가운데 인간이 남긴 기념물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유산'이 되기 6개 조건 중에서도 기준(ⅱ)와 (ⅳ)를 충족했다고 평가됐다.

등재기준 (ii)는 "특정 기간과 문화권 내 건축이나 기술 발전, 도시 계획 등에서 인류 가치의 중요한 교류의 증거", 등재기준 (iv)는 "인류 역사의 중요 단계를 보여주는 건물, 건축, 기술의 총체, 경관 유형의 탁월한 사례"에 해당한다.

 남한산성 세계유산 등재는 지난 4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평가결과보고서에 남한산성을 등재권고로 평가하면서 이미 등재가 예상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