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박스권 장세에 개인투자자 대거 이탈
2014-06-22 15:09
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코스피가 장기간 박스권 장세 속에 머물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대탈출 행렬로 개인 매매 비중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개인이 떠난 자리를 외국인 투자자가 메우면서, 우리 증시가 외국인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더 뚜렷해졌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2~20일) 유가증권시장의 개인 거래대금(매수 거래대금과 매도 거래대금의 평균) 비중은 40.68%로, 투자자별 매매 추이가 집계된 지난 200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의 개인 거래대금 비중은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2231)를 기록한 2011년 4월 58.93%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내림세를 지속하며 40% 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개인이 떠난 자리는 외국인이 채우고 있다.
외국인 거래대금은 2011년 4월 15.50%에 불과했으나 올해 들어 2배 가까이 늘어난 30% 전후를 나타내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코스닥시장의 상황도 비슷하다.
코스닥시장에서 2011년 12월 94.11%를 기록했던 개인 거래대금 비중은 이달 85.56%로 10% 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이에 반해 외국인은 2011년에 3% 전후에서 움직였으나, 코스닥 거래대금 비중은 이달 들어 6.80%를 기록하는 등 증가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개미들이 증시에서 이탈하는 가장 큰 원인은 투자 수익률이 줄고, 시장 전망이 어둡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 증시는 수년째 크게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박스권에 갇힌 채 지루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모두 투자심리 위축으로 과거 대비 거래대금이 현저히 준 상태"라며 "국내외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그 속도가 느리고 투지 심리 개선을 위한 모멘텀이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개인이 직접 투자보다는 펀드 등을 통한 간접투자를 택하며 증시에서 자연스럽게 비중이 감소한 측면도 있다"며 "그러나 증시를 떠난 가장 큰 이유는 시장에 대한 확신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개인이 전셋값 상승 등으로 인해 여유 자금이 감소한 것도 증시를 떠난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셋값 상승 등으로 가처분소득이 감소한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난 탓에 거래대금이 급감했다"면서 "전셋값과 거래대금 추이를 보면 거의 반비례 관계"라고 말했다.
개인 비중은 점차 줄고 외국인 비중은 계속 늘어나며 우리 증시가 외국인 수급에 좌우되는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최근 코스피 흐름을 살펴보면 올 들어 2000선을 위로 끌어올리거나 아래로 내린 것도 모두 외국인 영향이었다.
김 연구원은 "개미들이 시장을 떠나며 변동성과 거래량도 모두 낮아지고 있다"며 "개인이 증시로 돌아올 수 있는 활력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