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관세화] 관세 매겨 쌀 시장 개방…TPP 원칙 딜레마

2014-06-20 17:40
정부 "예외 원칙 없다. 협상 존재 이유"

[사진= 신희강 기자]

아주경제 배군득·노승길 기자 = 정부가 수입쌀에 높은 관세를 매겨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겠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실상 쌀 개방을 공식화한 셈이다. 이는 참여에 관심을 표명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예외 없는 관세 철폐' 원칙과 어긋나는 부분이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말 20년간 유지했던 쌀 관세화 유예기간이 종료된다. 정부는 토론회·공청회 등을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쌀 관세화 여부에 대한 정부 입장을 이달 말까지 결정하고 국회보고를 거쳐 9월 말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날 'WTO 쌀 관세화 유예종료 관련 공청회'에서 쌀시장 개방을 사실상 공식화하고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쌀을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키로 하는 등 후속대책을 내놨다.

박건수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심의관은 "FTA 등 협상에서 쌀 관세율이 낮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정부는 모든 FTA에서 쌀을 양허 협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관세를 매겨 우리 쌀 시장을 보호한다는 주장은 최근 정부가 관심을 표명한 TPP와 정면으로 부딪치는 결과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TPP는 모든 분야의 관세를 철폐하자는 다자간 FTA다. 현재 환태평양권인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타결된다면 전 세계 GDP의 약 38%를 차지하는 최대 규모의 지역경제통합체가 된다.

김영록 민주당 의원은 "미국이 주도하는 TPP는 환태평양 12개국과 다자간 FTA를 하는 것으로 쌀을 포함해 모든 분야에서 관세장벽을 없애는 것이 목표"라며 "정부가 공언한 관세율 250∼499%에 대해 적용 가능 여부를 반드시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로 수입되는 쌀은 대부분 미국과 중국산으로, 양국 모두 FTA와 TPP 등이 진행되고 있어 이 협정에 따라 고율 관세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정책위원장은 "(쌀에 적용하는) 고율 관세가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게 아니며 고율 관세를 유지하려면 끊임없는 관세 감축ㆍ철폐의 압력 때문에 다른 부문의 양보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예외 없는 관세 철폐가 원칙이라면 협상을 하지 않고 가입만 하면 끝이겠지만 (TPP 참여국들이) 협상에 열을 올리는 것은 예외 없는 원칙은 없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어느 FTA에서건 쌀을 포함시킨 적도 없고 우리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게 TPP에 가입하더라도 쌀은 제외한다는 것"이라며 "(TPP에서)쌀 관세철폐를 요구할 경우 참여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