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관세화] 내년 쌀시장 개방 불가피…관세 확보 '관건'

2014-06-20 15:45
우리나라 쌀 관세화 유예 연말 종료…쌀 시장 개방 더이상 늦출 순 없어
‘쌀 관세 확보’ 등 관련 대책 절실…쌀 관세화 협상이 핵심 키워드

[사진=아주경제신문DB]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우리나라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가 올해 말 종료되면서 쌀 시장 개방을 놓고 우리 쌀 산업이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내년 쌀 시장의 전면 개방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상황에서 수입쌀의 국내 유입을 억제할 수 있는 ‘쌀 관세 확보’ 등 관련 대책이 절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우리 정부와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필리핀은 쌀 수입개방을 오는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면제받는 대신, 쌀 의무 수입 물량이 기존 35만t에서 80만5000t인 2.3배 증량한다.

쌀 관세화는 외국산 쌀에 관세 등을 매겨 누구나 수입할 수 있게 한 조치로 사실상 전면 개방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필리핀처럼 쌀 관세화를 하지 않고 또 한 번 유예할 경우 엄청난 쌀 수입물량을 감당해야하는 등 수입산 쌀이 국내 시장의 20% 이상을 잠식할 우려가 높은 상황에 놓였다.

때문에 국내 쌀 시장은 내년부터 전면 개방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는 올해 끝나는 쌀 관세화 유예 조치를 추가 연장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시장 개방에 따른 대책을 고민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쌀 관세화의 유예 종료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상황에서 쌀 시장 개방을 계속 미루면 수입쿼터 물량만 늘어난 농민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쌀 관세화를 20년간 연기한 것은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정에 따른 조치나 내년부터는 쌀 시장의 전면 개방과 동시에 쌀 관세를 얼마나 높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

쌀 시장개방 문제의 바람직한 해법은 미국산 및 중국산 쌀에 대해 부과하는 관세율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에 더 많은 쌀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산 쌀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거나 대폭 낮추는 우대조치(특혜)를 요구할 수 있어서다. 중국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연계해 중국산 쌀에 대한 동등한 대우(미국)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관세화의 성패는 쌀 관세를 얼마나 높게 확보할 것인가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필리핀이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면서 쌀 관세 유예를 추진 후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는다.

정부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는 대신 2004년까지 의무수입물량을 늘려왔다. 2005년 20만5000t으로 매년 약 2만t씩 증가하고 있고 유예 기간이 만료되는 올해에는 40만9000t까지 수입되는 실정이다.

정부는 관세화 유예 시한이 올 연말 종료되면서 오는 9월 말까지 WTO에 우리 정부 입장을 통보할 계획이다. 그 중 관세화 선택이 가장 우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화 유예나 관세화 시기를 늦추는 방안 등이 거론됐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쌀 이외 다른 관련 산업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쌀 농가의 산업대책을 세우고 관세화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매듭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부소장(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은 “우리 국민이 주식으로 매일 먹는 밥쌀용 쌀을 한국에 수출할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미국과 중국 뿐으로 미국산 및 중국산 쌀에 대해 부과하는 관세율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장 부소장은 “정부가 쌀 관세화로 전환하는 것을 우선 결정하고 협상장에 나서는 것은 ‘자승자박’”이라면서 “쌀 관세화는 우리나라가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로 관세화 보다 더 좋은 방안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한다”고 덧붙였다.